못 말리는 교육열, 손가락질할 수 있나?
못 말리는 교육열, 손가락질할 수 있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3.20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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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기성세대들은 `배워야 사람 행세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자랐다.

사람은 배신해도 학벌은 등지지 않는다는 맹신 탓에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했지만 우리나라 부모는 자식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간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가족 형태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 유학을 간 자식 걱정에 돈 많은 집들은 과외 교사까지 동반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자식을 위해 고생을 감수하고 노후도 포기하는 것은 부모라서 가능한 일이다. 무조건적 투자, 헌신 탓에 에듀푸어(Edu Poor·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난해진 사람)로 살지언정 내 배는 곯아도 자식 배는 채워줘야 하는 게 부모다.

교육부가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핵심과제로 삼고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지만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1인당 월평균 27만1000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시작된 사교육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초·중·고 1484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 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5620억원(3.1%) 증가했다. 학생 수는 전년보다 15만7530명 감소한 반면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는 데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한몫을 한다. 매년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경향에 따라 교과목 사교육비도 영향을 받는다. 사교육비 증가세를 보면 고등학교가 2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은 2만2000원이 올랐다. 수능 난이도가 높았던 수학은 전체 상승분 2만2000원 중 5000원(월 10만9000원)을 차지했고, 고난도 문제로 수험생을 골탕먹인 국어의 상승분도 4000원(월 2만7000원)이었다.

학교폭력, 왕따 문제로 학생 자살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예·체능 교과시간을 확대했지만 결과는 학교폭력 감소가 아닌 체육은 17.0%, 미술은 10.3% 각각 사교육비가 상승했다.

학부모들이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이유는 학력이 낮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도 지났고 돈 없고 배경 없으면 취업조차 힘든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학원을 보내는 일이다. 자식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보다 무슨 대학에 보내야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사람 구실하며 살지를 고민하게 만든 것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닌 정권을 잡은 정치인의 입맛에 맞는 교육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낳은 결과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교육감 예비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도 사회구조를 바꿔 학벌 지상주의를 없애거나 직업의 귀천을 해소하는 정책보다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생색내는 퍼주기 일색이다.

지인이 묻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학원비로 매월 100만원을 지출하는 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차라리 그 돈으로 평생 써먹을 기술을 가르치고 싶은 데 기술자를 천시하는 사회에서 자식이 무시당할까 봐 용기를 낼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취업청탁을 하고 싶어도 돈 없고 배경 없어 불가능한데 동네 학원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누가 손가락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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