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바로 세우기
검경 바로 세우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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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사실상 `현행 유지' 입장을 밝히자 경찰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검찰개혁의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이란 보고서를 통해 수사 지휘권, 종결권, 영장 청구권 등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권한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튿날 현직 간부 경찰이 이례적으로 실명까지 밝히며 경찰 내부망이 아닌 SNS를 통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인천지방경찰청 김헌기 3부장(경무관)은 전날 문 총장이 검찰의 기득권 유지가 `경찰에 권한 집중 우려'와 `인권 옹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은 인권 옹호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수사는 `허가받은 폭력'으로 물건을 빼앗고 사람을 가두는 속성상 인권 침해 요소를 안고 있다”고 전제한 후 “검찰도 (경찰처럼)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한 인권 침해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소권에 기반한 검찰의 수사는 `치명적인' 폭력성을 지녀 인권 침해에 더욱 취약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인권옹호를 명분으로 수사 지휘권이나 영장 심사권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입맛대로 경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정 기관 간(검찰과 경찰) 상호 견제와 감시를 위해 수사와 기소 분리 등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SNS에 올려진 이 글은 경찰 가족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으며 순식간에 공유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대다수 경찰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는 뜻이다.

김 경무관은 검경간 상호 견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그동안 검사나 검사 출신 전관(예우) 변호사가 관련된 경찰의 수사 사건에 검찰이 개입해 경찰 수사를 무력화시킨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직도 전관예우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검찰과 법원에는 뼈아픈 일갈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침은 그동안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경찰에 나눠주고 양 수사 기관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쟁점은 수사 지휘권, 수사 종결권, 영장 청구권이 핵심이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경찰의 인적 역량이 크게 강화되면서 이제 검찰 권한의 순차적 이양은 필연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권한 만큼에 대한 책임이다. 경찰은 그동안 검찰이 독점했던 기소권을 가져오면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견제를 통해 부패가 척결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대등한 위치에 있는 두 기관이 서로 사안에 따라 `바터(barter)제'를 한다면. 면밀하고 완벽한 조정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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