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농업인의 자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농업인의 자세
  • 권대영<청주시농기센터 주무관>
  • 승인 2018.03.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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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권대영

우리 농업인은 변화에 무디다. 농업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물건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여러 가지 기술력을 동원하면 최대 한계치까지 줄일 수 있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는 아무리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고 해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에 산업의 개념을 넣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몇 년 전부터 시설원예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 팜, 그에 대한 기본 기술인 ICT(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내용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핵심어로 등장한 말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많은 미디어에서 이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알겠는데 4차라니. 2차, 3차는 언제 지나간 건지.

산업혁명은 가히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으로 산업이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그렇지가 않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어느 하나의 큰 기술이 변화를 이끌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에 개발돼 왔던 기술들이 스스로 진화를 해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 주로 거론되는 기술들은 뭘까?

첫 번째로 빅 데이터이다. 빅 데이터란 말 그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이야기한다. 다만 기존에는 표준화된 데이터들의 방대한 집합이었다면 지금의 빅 데이터는 비정형화된 일상의 정보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데이터를 말하고 또한 데이터 그 자체보다 데이터의 분석기술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젠 프로그램의 입력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스스로 학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수준이다. 세 번째로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장비 등에 감지기와 통신기능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벌써 귀에 들린 지 수 십년은 된 기술들이다. 단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존재하던 기술들의 진화가 혁명적이기 때문에 산업혁명이라 명명된 것이리라. 벌써 이런 기술들은 사회 곳곳에서 여러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금융, 의료, 기상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존재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로 농업을 지목한 것이다. 그 이유로는 농업 인구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생산효율을 높일 필요가 매우 높고 농업에 적용할 경우 기술적 요구수준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농업이라는 분야에서 이런 공학기술들을 적용하려는 것일까? 농업은 기본적으로 생명산업, 즉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놓아서도, 놓을 수도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농업에 대해 산업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까지 농업분야에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약 270조 원의 신규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하고, 벌써 자율주행 트랙터 등의 농기계, 스마트 팜 등의 분야에서는 관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일부 농업인의 걱정도 존재한다. 이렇게 일자리를 기계들이 차지하고 스마트 팜 등으로 인해 규모화 된 기업들이 기존의 농업체계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농업인과 농업 관련 종사자들은 이미 시작된 변화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인지하고 그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농업, 농업혁명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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