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으로 스텝 꼬인 한국당
색깔론으로 스텝 꼬인 한국당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3.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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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현기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이 받아든 6·13 지방선거 공천 접수 성적표는 초라했다. 충북도의원 선거구 29곳 중 8곳의 공천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공천 희망자가 있는 21개 선거구 가운데 2명 이상이 신청해 경쟁 구도가 형성된 지역구는 보은군과 음성군 2선거구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여야가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청주 12개 도의원 선거구 가운데 5개 선거구에서도 공천 신청자가 없었다.

기초의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초의원 전체 정수인 116명보다 11명이 적은 105명이어서 상당수 지역은 경선 없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크다.

46곳 모두 신청자는 있었지만 18곳은 기초의원 정수보다 적었다. 공천 희망자가 넘치는 더불어민주당과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천=당선'이 공식처럼 됐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민주당과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자유한국당이 깊은 수렁에서 빠졌다는 것은 정당지지도를 봐도 알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은 51.5%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당은 18.9%에 머물렀다. 한국당의 지지기반인 PK와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40대와 20대, 중도층과 보수층에서 주로 내렸다는 점은 주목된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 덕을 보고 있긴 하지만 한국당으로서는 6월 지방선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당으로서는 어떻게든 판을 흔들어 양강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제1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마저 잃게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당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던진 승부수가 되레 역풍만 맞은 것이 그것이다.

가상화폐와 최저임금제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세계인의 축제요, 온 국민의 감동이었던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며 붉은 색깔을 덧칠했지만 대통령 지지도는 물론 민주당 지지도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북미대화의 실마리를 마련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부'라고 매도했지만 이도 먹히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도만 올라갔다.

국익보다는 자유한국당을 지키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숨을 연장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진 결과다. 자기반성과 비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책임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극우 선회 쇼'의 배경과 진짜 이유를 국민이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2016년 총선에서 2당으로 추락했고, 2017년 5월 대선에서 정권을 잃었다. 6월 지방선거 승리가 절박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보수 성향 유권자의 정서를 자극하는 맹목적인 반북 캠페인으로 6·13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제대로 된 보수 정당 재건은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야당으로 바로 서야 한다. 야당이 집권세력을 정확히 비판하고 견제해야 집권세력이 오만해지지 않고 국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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