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mc²
E =mc²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03.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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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E =mc²이라고 하면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 하면 상대성 이론, 이렇게 생각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핵분열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 공식은 아인슈타인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로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지만 원자탄으로 인해서 인류를 존망의 위기에 처하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E =mc²은 태양과 하늘의 별들에는 일상사지만 이 지구 상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45년 8월 6일 8시 15분이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참혹한 모습으로!

지금부터 E =mc²의 참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여주려 한다. E =mc²에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광속(光速)이다. 등호(=)는 양쪽이 같다는 말이다. 즉, 에너지는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 이전에 과학자들은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E =mc²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빛의 속력이 매우 빠르다는 것쯤은 다 알 것이다. 빛은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를 간다. c²는 이것의 제곱이니 30만의 30만 킬로미터의 제곱이 되는 셈이다. 그러면 질량 1그램이 에너지로 바뀐다면 그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질량 1그램에 빛의 속력을 두 번 곱하면 에너지가 나온다. 간단하게 계산을 해 보면, 질량 1그램이 만드는 에너지는 약 25,000,000,000kwh, 즉, 1kw(킬로와트)인 전구 250억 개를 한 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에너지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있는 모든 전등을 일제히 다 켜도 이만큼은 안 될 것이다. 단 1그램으로 말이다. 그러면 1킬로그램 정도인 돌멩이 하나를 에너지로 바꾸면 상상도 못할 에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돌멩이를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핵반응 시켜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자탄이나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다.

지구 상에 공룡이 나타나기도 전, 아니 지구가 생기기도 전 까마득한 과거에서 앞으로 까마득한 세월 동안 태양에서 E =mc²는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의 핵반응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사실, 태양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소폭탄이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양이 저렇게 오래 탈 수 있는 것은 작은 질량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E =mc²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태양도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질량이 소진되고, 그 찬란함도 빛을 잃어버릴 때가 올 것이다. 그런데 질량이 아무렇게나 에너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탈 때도 에너지가 나오지만 그런 정도로는 E =mc²은 지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질량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원자의 핵 속에 있는 에너지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핵반응이다. 핵반응이 격렬히 일어나는 것이 원자탄이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원자로다.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E =mc², 그것은 공포 그 자체이자 인류의 비극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사악한 인간들에 대한 자연법칙의 심판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태양을 불타게 하고, 하늘의 별들이 반짝이게 하며, 나를 이 우주에 존재하게 한 이 위대한 공식 E =mc²이 앞으로는 그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온화한 모습으로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인간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세상에 흔해 빠진 것이 물건들이고, 모든 물건들은 질량을 가지고 있다. 천재도 바보도 다 질량이 있다. 질량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다. E =mc²이 그 대단함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어느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쓰레기 우습게 보지 마라 그것이 에너지로 되는 날 지구가 불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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