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며
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며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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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 5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이 범죄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그들이 무엇이 부족했기에 임기를 마친 후에는 하나같이 검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20가지 정도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00억 원대의 비자금조성, 직권남용,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 적용된 죄목도 지저분하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해왔던 그와 그의 측근들의 태도로 볼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아래 사람이나 실무진의 탓으로 돌리려는 그의 모습은 보기에도 씁쓸하다.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회장의 지위에까지 오른 그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었다. 그렇게 입지전적인 인물의 반열에 올랐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서울시장과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의 길을 걸어왔다면 마땅히 국민에게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됐어야 할 텐데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그의 불행일 뿐 아니라 온 국민의 불행이다.

기원전 431년,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침공했다. 27년간 지속된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시작이었다. 당시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시민들을 설득해 전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전쟁과 역병에 시달리게 되자 시민들은 페리클레스를 원망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때 페리클레스가 시민들 앞에 나섰다. “여러분은 내게 화를 내지만, 나야말로 누구 못지않게 무엇이 필요한지 볼 수 있는 식견이 있고, 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조국을 사랑하고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식견은 있으나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아예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자질은 갖고 있으나 애국심이 없다면 아마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있다 해도 뇌물에 약하다면 이 한 가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팔아버릴 것입니다.”(투퀴디데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2권 60장)라고 연설하면서 그러니 나의 이런 자질을 믿고 내 권고를 받아들이라고 설득했다.

페리클레스의 말대로라면 지도자의 덕목은 사물을 판단하는 식견과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소통능력, 애국심 그리고 돈에 초연한 청렴함이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것은 청렴함이다. `뇌물에 약하다면 이 한 가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팔아버릴 것'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지금까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재물의 덫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모습은 전 세계에 그대로 생중계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성사시킨 우리나라의 저력에 대한 세계인의 칭찬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가 재임 시절 처음 들고 나왔던 국격(國格)을 여지없이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이제 우리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를 뽑는 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지도자의 덕목을 꼼꼼히 비교하고 챙겨볼 수 있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 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6월에 치르는 지방선거가 그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이 뛰어난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뽑는 안목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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