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소방관 밀린 초과근무수당 아직도 못 받아
충북 소방관 밀린 초과근무수당 아직도 못 받아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3.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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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912명 92여억원 달해

민사소송 제기 일부만 받아

`예산범위내 지급' 규정 발목

임금채권 소멸시효도 만료

대법 확정판결에 작은 희망

충북 소방당국 내에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을 둘러싼 잡음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일부 소방관은 1심에서 승소해 가지급 형태로 수당을 받은 반면, 문제 삼지 않은 나머지 수백명은 여전히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5일 충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006년 11월~2010년 4월분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 소방관은 912명이다. 미지급 금액은 92여억원에 달한다.

이들 소방관이 수당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데에는 규정이 한몫했다. 당시 초과 수당은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하도록 돼 있었다.

다시 말해 정규 근무 외 100시간을 넘게 근무해도 예산 범위를 벗어나면 일정분만 인정했다는 얘기다.

한 소방관은 “정당하게 일한 시간조차 인정하지 않는 건 홀대나 다름없다”며 “재난 현장 일선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초과 수당을 받지 못한 소방관을 구제할 방법은 딱히 없다. 법이 정한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도 한참 지나 소송 제기마저 어렵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은 일부 소방관이 낸 소송에 대한 확정 판결이다.

앞서 2010년 3월 도 소방공무원 231명은 충북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초과 수당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는 게 소 제기 이유다.

1심 재판부는 “`예산 범위 안에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다'는 지방공무원보수규정(행정안전부 내규)은 초과 수당 지급에 관한 예산 항목이 있을 경우 수당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 도는 69억5000여만원을 가지급해야 했다.

당시 도는 판결이 대법까지 유지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방관도 형평성 차원에서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도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종 확정 판결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미지급 수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 소방관들이 낸 초과 수당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이 사건은 민사가 아닌 행정재판 대상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라”고 판결한 까닭이다.

이후 충북 소방관들이 낸 소송 항소심 사건도 민사에서 행정재판부로 이관됐다. 이 탓에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행정재판부가 ‘예산 범위 안에서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1심과 달리 책정된 예산 규모 내에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면, 소방공무원들은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판결에 따라 가지급 받은 소방관에게조차 환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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