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배의 “영미~! 영미~!”
안경선배의 “영미~! 영미~!”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03.15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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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스포츠가 선사하는 희열을 만끽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그때의 기쁨을 되돌리는 일은 너무나 가슴 벅찬 일입니다.

특별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감동의 순간을 떠올리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며 방방 뛰던 때를 그려볼 것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함께 마치 내가 승리하고 우승한 양 그 환희를 주변과 공유하는 일은 스포츠가 주는 굉장한 묘미입니다.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우리에게 국민 이름이 된 “영미~영미~”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 졸여 하고 기쁨에 소리치던 컬링 여자대표팀의 경기 또한 그랬습니다.

예선 첫 일본과의 경기를 빼고 세계랭킹 손가락 안에 드는 강호들을 연달아 이기며 상승세를 이어 갔습니다.

영국, 스웨덴, 미국, 덴마크를 연속으로 격파하고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과의 경기는 숨죽이고 지켜보던 굉장한 날이었습니다.

10엔드까지 7대7인 상황으로 연장 11엔드에 들어서고 거의 마지막 순간 김은정 선수가 두 개의 스톤 중 하나를 떠나 보내며 “기다려~ 영미~”를 연신 외쳐댔습니다. 일본의 거친 반격과 마지막 우리나라의 스톤 “외이트 바~ 더~ 더~”를 외치며 노란색 스톤보다 더 가까이 중심지에 우리의 빨간색 스톤을 위치시키는 순간 2002년 안정환 선수가 월드컵 16강에서 이탈리아와의 연장전 해딩 골든골을 넣었을 때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그 감동을 무엇으로, 그 희열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유튜브 패러디를 낳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걸레로 바닥을 밀어대는 모습과 자동청소기부터 가정의 온갖 손잡이가 있는 둥근 집기들을 컬링 자세를 취하며 김은정 선수처럼 정자세로 떠나보내는 모습들을 보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 붐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여자컬링 또한 하계 올림픽의 여자핸드볼처럼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의 생각도 듭니다.

한 광고에서 “4년에 한 번 뜨거운 시선을 받습니다. 4년에 한 번 가슴 벅찬 박수소리를 듣습니다. 4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한순간의 짧은 행복.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라는 여자핸드볼의 한 선수의 의미심장한 멘트였습니다.

4년에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박수를 받으며 기억되는 자신들의 처지를 잘 표현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대회가 끝남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에서 외면되는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너무나 잘 표현했습니다. 우리에게 반성과 깨달음을 주는 광고입니다.

컬링의 불모지에서 척박한 환경에서 이루어낸 여자 컬링의 은메달은 값지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에게 준 그 순간의 기쁨과 환희는 돈으로 매길 수도 없고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값진 선물을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그 고마움을 기억한다면 한순간의 관심과 박수로 보답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TV 출연과 광고가 줄을 잇다가도 어느 순간 보니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다시 관심과 박수를 받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위 광고카피가 다시 떠오르며 미안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준 `팀 킴'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약속합니다. 더불어 비록 메달은 없을지라도 구슬땀으로 4년을 준비하고 열심히 경기에 임해준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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