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과 지방선거
패럴림픽과 지방선거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3.13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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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우리는 살면서 인생 역전을 꿈꾼다.

가끔 로또를 사기도 하고, 개천에서 난 용이 되기 위해 신림동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역경을 딛고 역전의 용사로 우뚝 선 이들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은 힘을 얻는다.

인생 역전 드라마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평창동계패럴림픽과 지방선거를 지켜보면 된다.

장애를 딛고 제2의 인생을 사는 패럴림픽 출전 선수를 보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뛰어든 출마자를 보면 저렇게 살면 안된다며 삶을 반성하게 된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도 맞고 도전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인데 왜 패럴림픽 선수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출마자들에게는 싸늘한 시선을 보낼까.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보면 사연 없고 시련을 겪지 않은 선수가 없다.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거나 팔을 잃은 선수도, 앞을 볼 수 없어 가이드가 필요한 선수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서 아름다운 도전을 한다.

참가자 가운데 한국 대표팀 첫 메달을 안겨준 충남 공주 출신 신의현 선수. 그는 지난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42분28초9를 기록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며 “(장애인이 된 뒤) 도전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많은 장애인분도 각자 도전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선수는 2006년 2월 대학교 졸업식 하루 전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살기 위해서는 두 다리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다리를 절단 하더라고 아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매달렸다. 사고로 나흘 만에 깨어난 신 선수는 어머니에게 왜 살려놓았냐고 하소연하며 3년 간 두문불출하고 술로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두 다리가 없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계속 보냈다. 그의 인생은 휠체어 농구 선수를 만나며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자신감을 되찾아 2012년엔 장애인 아이스하키, 2014년엔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스포츠를 접하다 지인의 권유로 스키를 시작, 결국 평창동계패럴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신 선수의 메달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언덕도 있고 긴 평지도 있는 15Km의 눈길이 신 선수의 삶처럼 느껴진다”며 “태극기를 두른 이마와 터질듯한 두 어깨에서 불굴의 인생을 보았다.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박수받는 패럴림픽 선수와 달리 출마자들은 당선 외에는 답이 없다. 당선하면 4년 간 꽃길을 걷지만 낙선하면 유권자의 기억에서 잊혀진다. 패럴림픽 선수는 출전 자체로도 용기 있는 도전으로 여기지만 정치에 발을 들여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의 출마는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한다.

교육감 선거를 비롯해 6·13 지방선거에 얼굴을 내민 모든 예비후보들이 패럴림픽 선수처럼 아름다운 도전으로 박수받고 싶다면 선거 기간 물고 뜯는 네거티브전을 지양하면 된다. 패럴림픽 모든 선수가 힘든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듯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정책을 안기면 된다. 가슴이 움직이면 될 일인데 말처럼 어디 그게 쉬운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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