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 김규림<청주시 상당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 승인 2018.03.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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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규림

얼마 전 어른들과 식사를 같이하는 자리가 있었다.

“요새는 5포, n포, 다 포기하고 `달관세대'라는 말까지 있다더라”

한 팀장님이 던진 한 마디에 식사자리는 금세 요새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워졌다. `달관세대'라 함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관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세대를 일컫는다.

하지만 정말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것일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관한 것인가?

내 대답은 단연코 `NO'다. 내 지인 A양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A양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주위에서 `이제 정규직으로 취직을 해야 되지 않겠니? 나이도 들어가는데 결혼을 해야지.'라는 걱정 어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버는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배우고 싶던 음악도 시작했다. 누군가의 눈엔 불안정하다 할 수 있는 삶이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 즐기고 행복해했다. `어쩌려고 저러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히 이야기했다.

“You Only Live Once. 우리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어. 나는 지금이 행복하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뿐이야. 얼마 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에 걸린 친구가 있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더운 여름에도 머리띠를 해야만 했어. 거울을 보면서 무엇을 위해 내가 이렇게 됐을까, 참담한 기분마저 들었대. 얼어버리고 굳어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되기 싫었어. 나도 나중을 위해 조금씩 저금도 해. 부모님은 이해하실 수 없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방식인 거지”

같은 맥락에서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도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지만 부부의 인생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휴가 때, 자유여행을 계획해서 훌쩍 떠나기도 하고 심야영화를 보고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며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다. 내 지인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도 무언가를 포기한 것이 결코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히 있다.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청년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성세대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들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맘도 쓰릴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땐 이러지 않았는데.' 빗대어 생각하고 그들을 불쌍하다 단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답답한 현실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본인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에 청년들에겐 누구보다 어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격려가 필요하다.

인생에 옳고 그름이 어디 있으랴. 기성세대와는 다른 흐름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는 것뿐이다. “너희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우리 세대와는 다를 뿐이다” 서로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준다면 우리 사회 역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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