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시장의 기자회견
구본영 시장의 기자회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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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구본영 천안시장이 지난 9일 천안시청 공무원들의 사내 소통망인 새올 행정시스템 게시판에 모처럼 글을 올렸다.

`구 시장이 체육회 채용 비리를 지시하고 2000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의 폭로 기자회견이 있은지 나흘만이다.

`사랑하는 시청 가족 여러분'이라고 시작되는 이 글에서 구 시장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무근으로서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정해진 절차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히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작금의 이런 일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흠집 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 가족 모든 분들께서는 절대 동요하지 말고 시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날 구 시장의 해명은 되레 공무원들에게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이미 나흘 전, 김 전 부회장이 폭로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모두 알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해명 없이 두루뭉술하게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여론만 호도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시 사흘 후인 12일, 구 시장은 이번엔 시청 브리핑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지난 5일 있은 김 전 부회장의 폭로에 대한 반박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회견은 전혀 `회견' 같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입장문'을 서둘러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그가 낭독한 `입장문'의 제목은 `김병국씨의 불법 정치 자금 제공 주장 및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관련 (사퇴 촉구) 성명 등에 대한 입장'.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고 허위여서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정작 세간의 이목이 쏠린 체육회 채용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라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김씨의 폭로에 따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듯한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의 기자회견이 회견 같지 않았던 이유는 질의응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구 시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날 질의답변을 스스로 거부했다. 그러자 기자들 사이에선 `입장문만 읽어주려 했다면 뭣 하러 기자회견을 했느냐', `보도자료나 뿌리고 말지'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날 구 시장의 (입장문만 읽고 떠난) 기자회견 방식은 사실상 예측이 가능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체육회 채용 비리 의혹,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 관변단체 동원 불법 선거 현수막 게시 등 여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단 한 번도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들을 앞세워 부인만 해왔다.

이날 구 시장의 회견(?) 직후 김 전 부회장이 언론을 통해 구 시장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발언을 했다. 김 전 부회장은 “구 시장의 주장은 100% 거짓”이라면서 “용기가 있다면 기자들 앞에서 함께 자리해 청문회를 하자”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의 제언에 대해 구 시장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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