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자 2차 피해 없어야 한다
미투 폭로자 2차 피해 없어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3.11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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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법조계로부터 불붙은 성추행 폭로인 `미투'(Me Too) 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하면서 온 나라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투'는 우리 사회 최대 이슈이자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性) 주체성을 정립시키는 시대적 전환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력과 지위를 가진 남성들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처벌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피해 여성과 공감하며 연대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투'운동은 문화예술계도 강타했다. 젊은 여성 예술인들이 유명 예술계 인사들로부터 당해야 했던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유명 연출가와 연기자의 추악한 민 낯을 드러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지역에서는 청주대 교수로 재직했던 배우 조민기씨의 성추행 폭로 사실이 드러나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연출가와 연예인들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사라졌다.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스타에서 성범죄자로 추락했다.

`미투' 운동은 종교계로까지 번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해 신도가 해외선교 봉사활동을 하던 중 신부가 자신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 고발 이후 천주교 수원교구가 바로 사과했고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근 개강한 대학가도 미투 바람이 불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범죄와 다른 형태의 피해사례가 익명 게시판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파문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연일 고개를 숙이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나섰고 야당은 비난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투 태풍은 지방선거까지 집어삼켰다. 지방선거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모든 관심과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충북에서도 우건도 충주시장 예비후보의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시끄럽다. 익명의 제보 글이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올라오면서 갖가지 추측까지 더해져 온통 그 얘기다.

어렵게 시작된 `미투'운동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권력과 지위 앞에 숨죽이며 괴로워했을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그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성의 2차 피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용기를 내 신상을 공개하면서까지 폭로한 피해자가 있지만 익명을 원하는 사례도 있다.

관심은 가질 수 있지만 과도한 관심은 피해자에게 이롭지 않다. 폭로 글에 대한 관심을 넘어 피해자가 누구냐에 온통 관심이 쏠리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피해 여성은 물론 피해를 입지 않은 여성들도 왜곡된 성문화와 권력형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 토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폭로한 피해 여성의 신상과 사생활은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야 파렴치한 행동이 더 이상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다.

성적 차별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 이런 피해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고 성 평등 사회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제보자의 신상이 보호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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