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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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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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재

모처럼 지방선거에 자발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 민주당 소속 연철흠, 이광희 충북도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여 이광희 도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확정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나의 이런 관심은 단일화 후보가 된 이광희 도의원을 지지하고 응원해서가 아니다. 사실 나로서는 두 사람 중 누가 후보가 되도 상관없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더불어 민주당의 청주시장 후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품고 있었을 뿐이다.

사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불만이 많았다. 제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정당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단체장의 공천문제였다. 어느 정당이건 기초나 광역 단체장 후보를 공천할 때는 풀뿌리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무색할 만큼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지역에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으로 열심히 일해 온 지역정치인들은 그 공천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대신에 오랫동안 공직에 종사하며 고위공직에 오른 이들이나 중앙정치에서 이름을 알린 명망가 중심의 공천이 이루어져 왔다. 충북은 유독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시장과 도지사를 독차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지방자치제 초기에는 공직 경험이 풍부한 공직자 출신들에게 지방행정을 맡기는 것이 안정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 30년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공직자나 중앙정치인, 명망가 출신들이 단체장이 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런 정치풍토는 고쳐야 한다.

이젠 진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을 거치면서 정치역량을 키워온,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아끼는 지역정치인들이 기초나 광역단체장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방의원들에게 그런 꿈이 있을 때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도 더 건강하고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연철흠, 이광희 두 충북도의원의 청주시장 도전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의 모습은 예전의 후보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두 후보가 나름의 정책을 개발하여 하나하나 발표해 나가는 모습에서 풀뿌리 시장후보로서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공직자 출신과 큰 정치인의 후광을 등에 업은 후보와 당내 경쟁을 하기 위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할 때 박수를 보내면서도 처음 생각대로 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15인의 배심원단 앞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투표에 의해 이광희 후보로 단일화가 결정된 순간 모두 흔쾌히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선배인 연철흠 도의원의 배포 큰 결단과 학생운동부터 시민운동까지 함께 걸어온 두 후보의 동지로서의 연대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보여준 후보단일화 방식과 연대는 그들이 최종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청주시장 후보가 되느냐, 청주시장에 당선되느냐의 결과에 관계없이 충북의 지역정치판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지방의원을 거쳐 단체장에 도전하는 길을 텄고, 후보로 공천받기 위해 중앙당이나 유력정치인에게 줄서기보다는 자신들만의 당당한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승복할 줄 아는 정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결단을 보면서 지방정치에 희망을 품게 된다.

이광희 후보가 연철흠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다고 해서 더불어민주당의 청주시장후보로 확정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청주시장에 당선되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풀뿌리 지방정치의 문이 열렸고, 다음에는 더 활짝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정치의 형태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을 거친 정치인들이 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마침내는 대통령이 되는 그런 정치판이다. 그 꿈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연철흠, 이광희 두 충북도의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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