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아인슈타인
만들어진 아인슈타인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03.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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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아마도 일반 대중에게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알려진 사람은 아인슈타인일 것이다. 아인슈타인, 그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천재, 유대인, 상대성 이론, 원자탄, 노벨 평화상, 그리고 그 유명한 공식 E=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유명한 물리학자는 아인슈타인 외에도 얼마든지 많다. 보어, 슈뢰딩거, 파인먼, 페르미, 볼츠만, 로렌츠,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 대학에 나가는 유일한 이유가 그와 산책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 위함이었다던 그 유명한 괴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 아인슈타인보다 더 뛰어난 천재들이었을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그렇게 유명하게 된 데에는 상대성이론이라는 일반인들에게는 참 신비한 이론을 만들어낸 공로가 크지만, 그의 명성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아인슈타인을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사람 중에는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에딩턴은 훌륭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상대성 이론을 일반 대중에게 전파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일화가 있다. 에딩턴이 대중을 위한 천문학 강연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연단에 올라서면서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연단에 올라오기까지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여러분, 지구는 1초에 30킬로미터인 속도로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 있지요? 그뿐입니까? 지구는 한 시간에 1700킬로미터인 속력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뱅뱅 돌고 있습니다. 팽이처럼 돌고 있는 지구 위에서 제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말입니다.”는 식의 능청을 떨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19년 5월 29일, 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가 어수선하던 시절, 에딩턴은 아프리카의 프린시페 섬에서 망원경으로 개기일식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조차도 중력에 의해서 휘어진다는 것인데, 아직 아무도 빛이 휘는 현상을 관찰하지 못했다. 에딩턴은 개기일식을 관찰함으로써 빛이 휜다는 것을 실제로 관측했다. 낮에도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이 별빛은 태양의 빛 때문에 볼 수 없다. 그렇지만 개기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게 되어 낮이지만 잠시 태양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생긴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태양 근처의 별을 관찰하는 것이다.

지구로 오는 별빛은 태양의 중력에 이끌리어 약간 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보는 별은 원래 위치보다 약간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별의 원래 위치는 천문학자들의 관측 자료를 사용하여 정확히 알 수 있다. 만약 개기일식 때 태양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아야 할 별이 보인다면 빛이 태양에 의해서 휘어졌음이 틀림없다. 에딩턴은 이 보이지 않아야 할 별을 실제로 관측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상식을 뛰어넘는 현상을 예언했기 때문에 이론적 완벽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았다. 빛이 휜다는 것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였다. 그런 와중에 빛이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실제로 휜다는 것이 관측되었다는 소식은 전 세계 모든 매스컴에 대서특필 되었고, 아인슈타인은 갑자기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일약 세기적 유명 인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인슈타인은 아인슈타인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르는 그 아인슈타인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매스컴에 의해서, 교육에 의해서,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의해서, 그리고 우리의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물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1879년에 출생하여 1955년에 사망한 그 아인슈타인과, 에딩턴이 강연에서 소개했던 아인슈타인과, 인류의 기억 속에 있는 아인슈타인 중에 어느 아인슈타인이 정말 아인슈타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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