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해제
동안거 해제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8.03.08 1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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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이달 2일(음력 1월 15일)은 동안거 해제일이다.

안거란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수행방법이다.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의 동안거(冬安居)와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의 하안거(夏安居)로 행해진다.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라 하고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원래 안거는 범어 바르사의 번역으로 `비', `우기(雨期)'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석가모니 당시 인도의 출가 수행자들이 우기에 땅속에서 기어 나오는 작은 동물들을 밟지 않으려 유행을 잠시 중단하고 일정 장소에 머물며 연구·수행·정진한 것이 안거의 기원이다.

부처님 당시의 僧彖(승단)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하여 대략 2500여 제자들이 함께 거처하며 아침마다 제가불자들이 올리는 공양으로 걸식하며 생활하는 형태를 나타냈다.

건기에는 이렇게 많은 제자가 함께 움직이고, 생활하는 것이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서는 큰 집단이 함께 무리지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인도에 우기가 들기 시작하면 수행자들이 각자 우기 동안 머무를 곳을 정해서 외출을 삼가고 공부만을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신 것이 안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 전통이 중국을 거치며 하안거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참선 수행하는 동안거로까지 이어져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스님들은 평소에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지만 하안거나 동안거에는 더욱 용맹정진한다.

이 기간에 스님들은 일절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며 부단히 도를 닦는다. 그래서 하안거나 동안거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수행의 한 방법으로 무문관 수행이 있는데 무문관은 문이 없다는 말 그대로 자물쇠를 밖에서 잠그고 해제가 되어야만 문이 열려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수행으로 무문관에 입방한 스님들은 오전 11시에 배식구로 들어오는 하루 한 끼의 공양만 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극한의 수행법이다.

이 세상 싸움 중에 제일 힘든 싸움이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90일간의 정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고 몸부림이다.

한치만 어긋나도 어깨와 등짝으로 내리치는 지엄한 죽비 아래 참선 정진하면서 번뇌 망상을 이겨 내고 자신의 해탈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구도를 칼날 위를 걷듯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석 달을 보내고 해제 하루 전날에는 그동안 보고(見) 듣고(聞) 의심난(疑) 3사(事)에 대하여 자기반성을 하고, 자기의 죄과(罪過)를 임의로 진술하며,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함과 아울러 다른 사람에 대한 무례를 사과하고 신심을 모두 결백하게 하는 숭고한 자자 의식을 행한다.

스님들은 동안거를 해제하면 걸망을 둘러메고 세상 속으로 나와 그동안 공부하면서 의문 나는 것을 선지식을 찾아 지난 결제 동안 공부한 것이 금인지 똥인지 묻고 점검하는 만행 길에 나서 자신의 경계를 탁마한다. 그래서 만행 길에 오른 스님들의 발걸음은 또 다른 수행의 시작이며 해제길이 또 다른 결제길이 되는 것이다.

안거중인 이 시간에도 전국의 선원에서는 눈 푸른 스님들이 화두를 들고 좌복에 앉아 하루 10시간 이상씩 정진을 하고 있다.

부처의 길을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가고 있는 스님들께 지극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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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빈 2018-03-08 23:56:41
안거때 대부분 졸거나 대놓고 자죠. 앉아서 참선 하는척 하는거 어렵습니다만 그걸 해내는 스님들 많이 계시는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