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와 친구
동무와 친구
  • 김기원<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3.07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동무가 있습니다.

어릴 적 발가벗고 놀던 불알동무도 있는가 하면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소꿉동무도 있습니다.

`어깨동무 씨동무 미나리 밭에 앉았다/ 동무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라는 노랫말처럼 어깨동무도 있고 씨동무도 있습니다. 어깨동무는 상대편의 어깨에 서로 팔을 얹어 끼고 나란히 섬 또는 그렇게 하고 노는 아이들의 놀이를 말하고 씨동무는 소중한 동무를 이릅니다.

또 길동무, 말동무, 글동무도 있습니다. 길동무는 길을 함께 가는 동무를, 말동무는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 동무를, 글동무는 같은 곳에서 함께 공부한 동무를 말합니다. 길벗, 말벗, 글벗이라고도 하지요.

이처럼 친하게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 또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서로 짝이 되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을 동무라 부릅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사귄 학교친구, 군대생활 하면서 사귄 군대친구, 운동하면서 사귄 운동친구,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사귄 동아리친구, 직장생활 하면서 사귄 직장친구, 사회활동을 하면서 사귄 사회친구 등 참으로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친구(親舊)는 문자 그대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입니다. 벗이지요. 동무와 친구를 굳이 구분한다면 동무는 성장하면서 생긴 놀이 파트너이고 친구는 성장해서 사귄 과업파트너입니다. 하여 동무는 과거지향형이자 추억형이고, 친구는 현재진행형이자 애증형입니다.

불알동무와 소꿉동무는 대부분 뿔뿔이 흩어져 살아 쉬 만날 수 없어 아련하고, 직장친구와 사회친구는 수시로 부딪치며 살아 애증이 교차하지요. 어처구니없게도 동무라는 말을 쓰기가 거북했던 암울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북한 사람들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붙여 썼던 말이 `동무'였거든요.

북한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이 동무를 정의하기를 `노동계급의 혁명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또는 혁명동지를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라 했으니 동무란 말을 쓰기가 미편했던 겁니다.

하여 동무 대신 친구가 대세로 굳어졌죠. `동무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어느 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로 변한 것처럼. 남북분단의 아픔과 폐해를 웅변하는 단적인 예입니다. 우리말에 `어미 팔아 동무 산다',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술친구는 친구가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다들 동무와 친구의 중요성을 설파한 말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며 친구는 제2의 재산이다'라 했고요, 그라시안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라 했으며, 키케로는 `친구는 나의 기쁨을 배로하고 슬픔은 반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신은 모두를 치유할 수 없기에 친구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했습니다.

그래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친구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더라도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내 말을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하물며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나를 위해 목숨을 내어 줄 친구가 있는 이는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지요. 천하를 얻은 거나 진배없을 테니 말입니다. 열심히 살아 나름 일가를 이루긴 했으나 여직 그런 동무와 친구를 두지 못했으니 통재입니다. 바라건대 그대만은 동무와 친구 복이 많기를 빌고 또 빕니다.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