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체육회 성추행 2차 피해 `심각'
천안시체육회 성추행 2차 피해 `심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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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 피해자 등에 가해자들 복권 탄원서 돌려

당사자에 `여직원 행실이 잘못 … ' 황당 서명 요구

“사건 연루 직원 같이 일 못해” 재계약 불가 시사도

D과장 “탄원서 서명 사실 … 압박 발언 한 적 없다”

속보=천안시체육회(이하 체육회) 성추행 사건(본보 2월 5일·6일·8·12·26일자 16면 보도) 피해자들이 진정서를 제출한 지난해 7월 이후 직장 내에서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체육회 관계자와 피해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쯤 체육회 사무국 소속 전문체육과장, 생활체육과장 등 2명이 진정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A씨와 B씨의 복권을 위한 탄원서를 가져와 30여명의 직원에게 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A, B씨는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으며 이들 직원은 사표 수리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탄원서에는 `A, B씨가 무고하고 피해자들인 여직원들의 행실이 잘못됐다' 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당시 10명 안팎의 직원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 탄원서는 체육회장인 구본영 천안시장에게 전달될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구 시장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들과 목격자들까지 탄원서의 서명을 요청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피해자 C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생활체육과장과 전문체육과장 2명이 적극적으로 주도해 피해자 여부에 관계없이 서명할 것을 요청했다”며 “피해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후안무치한 행동(탄원서 서명 요청)에 너무나 황당했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직원은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던 대다수 직원이 서명에 불응했으며 일부는 항의까지 했다”면서 “피해자들의 행실이 바르지못했다는 식으로 매도한 내용이 포함돼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한 달여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말쯤 생활체육과장 D씨는 사무실에서 피해자 등이 포함된 10여명의 직원들을 모아놓고 B씨가 보낸 문서를 회람토록 했다. 이 문서에는 B씨가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피해자들에게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테니 무관한 사람은 소명 자료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한 직원은 “과장님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직장을 함께 다닐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매년 재계약을 하는 해야하는 체육지도자 신분의 직원들로서는 엄청난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과장들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가해자의 주장을 담은 문서를 회람한 행위에 많은 이들이 분개해 했다”면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되레 2차 가해를 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D과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탄원서에 서명을 받은 적은 있으나 흐지부지되고 만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B씨의 주장을 담은 자료를 직원들이 돌려보도록 한 적은 있으나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식의 말은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천안 이재경기자
silvertide@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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