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권력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3.0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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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오를 만큼 올랐고, 누릴 만큼 누리면서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권력이다.

맛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론 권력을 쥔 이들을 향해 비판도 쏟아내고 손가락질도 한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자리에 앉고 보면 부모 자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때론 철새가 되기도 하고 때론 앵무새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가수 안치환의 노래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가사에 `누군가는 당신을 천사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당신을 악마라고 부르지…당신의 이데올로기, 당신의 그 관념들, 당신이 가진 재산과 갖고 싶은 욕망이 그를 천사라 하고 악마라고 하지'라고 표현했을까.

권력을 쥔 정치인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미투 운동이 예술계와 대학, 이젠 정치권까지 강타했다.

5일 터진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여직원 성폭행 파문은 정치권을 휘청거리게 했다.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그였기에 국민의 충격은 더욱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건보도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안 지사의 출당 제명 추진 방침을 확정했고,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은 안희정 지사의 도덕성을 비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합의된 성관계라고 변명했던 안 지사와 달리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 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것이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지사는 6일 새벽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와 함께 도지사직 사퇴와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그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모양이다.

안 지사의 일은 함께 일하는 여직원을 소유하고 그 생각마저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의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간과하고 눈감아준 결과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공공기관 주요 비리 사례를 보면 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의 채용 청탁 비리는 수두룩했다.

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기타공직유관단체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인 결과 모두 946개 기관·단체에서 4700여 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 공공기관 등과 관련된 채용비리 의심사례 26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의뢰나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모두 197명에 이른다.

청주폴리텍대를 비롯해 전국에 소재한 한국폴리텍대 34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곳이 이달 초 학장 없는 입학식을 치렀다.

지난해 8월 말과 올해 2월 말 재직했던 학장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학교법인 한국폴리텍대는 공개모집 공고를 입학식이 모두 끝난 6일에야 냈다. 대학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권부터 학장 자리에 대학과 무관한 정당인, 고용노동부 고위직들의 임명 비율이 높아지면서 올해 무더기 학장 공석 사태 역시 권력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력자들은 자신을 스스로 천사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의 눈에 이들은 권력이라는 허상만 좇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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