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과 그리움
다방과 그리움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8.03.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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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차나 음료수를 판매하는 점포가 눈에 많이 띈다.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늘어났어도 만남의 장소가 넘치지 않고 제 역할을 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간이 상대방과 편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충실하다. 시대가 변하며 가정으로의 방문은 없어지고 누구나 편하게 출입하도록 마련된 장소에서의 만남이 많이 늘었다.

손님을 초대하면서 이루어지는 번거로움과 개인만의 공간을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면서 만남의 장소가 바뀌었다.

다방은 찻집보다 불빛이 약하다. 어두침침한 조명이 낯설지 않다. 어느 지역에 가도 비슷하여 다방은 당연하다고 그렇게 인지된다. 반갑게 맞이하는 서비스를 받으며 소파에 앉아 주문한다. 이런저런 대화로 이어지는 시간에 탁자에 차를 놓아주면 향기와 맛을 음미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하릴없이 찾기도 하고 중요한 약속의 장소로도 역할을 한다. 차를 마시는 동안 편안하게 쉬는 자리는 덤으로 제공된다.

찻집은 밝아서 좋다. 카운터에서 주문과 함께 값을 지불하고 잠깐 기다려 원하는 차를 받아 들고서 자리에 앉는다.

다방과는 확실히 차별화되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전통적인 문화와 맞지는 않아도 어차피 변화에 적응하여야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여 자연스럽게 이용을 하면서 만남의 장소로 역할로 폭넓게 자리한다.

찻집, 커피숍, 카페, 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소통의 자리가 된다. 찻집은 우리 고유의 차를 음미하는 장소 같고, 다방은 커피와 쌍화차에 계란으로 연관 지어지며 조금은 오래된 분위기다. 커피숍이나 카페는 서양의 문화가 자리 잡은 느낌이라 나에게는 조금은 낯선 장소로 생각된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공간이고 쉼터의 역할을 하는 같은 업종인데도 느낌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옛날에는 사랑방이 쉼터였다. 오며 가며 들려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옛 이야기에서 나오는 장소로 되었다.

당시에는 활동의 범위가 넓지 않고 조상 대대로 이어오는 한 마을의 이웃사촌이었다. 시간의 제약 없이 쉬는 장소이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소사가 전달되는 역할을 하였다. 연령대에 따라 모이는 장소가 다르지만 지역에서 오래도록 지내다 보니 소소한 일에서부터 대사에 이르기까지 서로 알고 지냈다. 부담이 없이 모이고 지내며 따뜻한 정이 오갔던 추억이 애틋하다.

최근에 생활상을 짚어본다. 가정을 방문하여 누구를 만난 기억이 아주 오래전으로 나타난다. 핵가족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사생활이 존중되면서 만남의 장소가 가정 밖으로 밀린지 오래되었다. 한때는 모임이나 대소사가 있으면 가정으로 초대하고 접대하는 문화가 널리 퍼졌었으나 이제는 오래전 일로 기억된다. 우리 고유의 문화는 없어지고 소통의 장이 변화되는데 멈추게 하는 장치가 없다.

생활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가 가정과 사랑방에서 다방으로 그리고 찻집, 커피숍, 카페로 바뀌었다.

오랜 세월을 통하여 몸에 밴 습관이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적응이 어렵다.

그 옛날의 쉼터인 고향의 사랑방, 만남의 추억이 서린 다방이 그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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