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이대로 좋은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이대로 좋은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3.04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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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국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계가 때아닌 호황이다. 작가들이 연말을 기점으로 신간을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이 선거를 위한 출간에 가세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작가의 영역이 확대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출간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구나 정치 신인이나 지망생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창구로서, 그리고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인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북콘서트란 이름으로 열리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다. 책을 엮고 이를 지인들과 조촐하게 기념하던 문단 행사가 언제부터인가 정치 행사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책을 매개로 한 인물 홍보 이면에는 정치후원금 유입 창구로 활용될 소지가 많다. 어려울 때 손잡아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보면 정치후원금의 성격은 부정거래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치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도덕적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출판기념회에 가보면 결혼식장과 비슷하다. 쌓아놓은 책 옆에 모금함이 놓여 있는데, 정가로 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받은 사람이 알아서 책값을 내는 분위기다. 문단 풍토가 이러한데 하물며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는 돈 잔치가 되기 십상이다. 현금이 든 봉투이다 보니 누가 얼마를 냈는지는 출판기념회 주최자와 돈을 낸 사람만 알 수 있다. 1~2만원의 책값이 10만원이 될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값을 받아도 출판사가 주최하는 행사이기에 합법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과 긴밀한 관계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책값이 고무줄로 산정된다.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서로 입만 열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 선거법 위반을 피해가면서도 합법적으로 정치후원금을 공개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출판기념회인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경쟁할 후보자가 많아지면서 자신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후원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에서 신선한 바람이나 인물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 행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법적 제재도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여전히 우후죽순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정치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다.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치인 스스로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국민의 요구는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변질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은 깨끗한 정치를 희망하는 시민의 요구이자, 권리다.

흔히 작가들 사이에서 책 한 권 엮어낼 때마다 `산고를 치렀다'고 표현할 만큼 어려운 게 출간이다. 그 정도로 공을 들여야 하고 자신을 녹여내야 하는 지난한 여정이기에 지인들이 모여 출간을 기념하고 축하한다. 이제 그마저도 첫 책 출간으로 제한하면서 봉투의 민폐를 없애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치인들 역시 제대로 된 출판기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생각과 비전, 철학을 담아 책을 엮고, 불법 자금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판매 부수와 금액을 공개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와 자정을 통해 출간을 축하받아야 한다.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정치하는 세상을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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