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준비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준비해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3.04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첫발'을 뗐다.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게 됐다. 근로시간 세계 최장국이라는 오명을 이번에 벗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당 68시간이던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 적용된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충북은 2015년 기준 총 사업체 수가 12만1493개이고, 종사자는 64만8454명이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면서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7만5722명(11.7%)이다.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이 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2021년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소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칼퇴근'의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과로사회' 딱지를 뗄 수 없었던 근로환경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갖고 있다. 한 해 수백 명이 과로로 숨진다. 5년 논의 끝에 어렵게 결론이 났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근로자는 월급봉투가 얇아진다. 일을 덜 한 만큼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부담은 늘어난다.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12조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근로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인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우려가 있지만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큰 난리가 날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별다른 부작용 없이 정착한 선례도 있다.

근로자들은 이제 올여름부터 칼퇴근이 가능해지면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과 여가활동에 쓸 수 있게 됐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늘어난 여가 시간을 활용할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여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만 직장 문화 개선은 물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잘 쉬는 것이 일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가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나가는 것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현재도 야간에는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주간 가정주부들에 맞춰져 있는 탓이 크다.

이제는 칼퇴근이 가능해진 근로자들을 위한 취미생활 공간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넓히기 위해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여가의 양적 증대는 가져왔으나, 그것이 여가의 질적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 생겨난 문제를 경험한 전례가 있다. 시행 초기 여가 시간의 증대가 개인에게 행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던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맞춰 대비하는 데는 개인과 지자체가 따로 없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긴 여가 시간을 삶의 질 개선에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지 근로자와 지자체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