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존엄사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8.03.04 19: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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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죽음을 뜻하는 단어나 표현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어렵게 운을 떼던 친구들의 입에서 경쟁하듯 `죽음'이 쏟아져 나왔다.

중학생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영면에 들다'부터 다분히 욕설처럼 들리는`뒈지다'까지 풍부한 비유와 직설로 파란 칠판을 가득 채우던 죽음의 표현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지난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범사업을 마치고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환자 본인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에 의해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법에 의하면 환자가 소생불능 상황에 처했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하던 시술을 중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전산입력시스템 입력 절차 등이 너무 까다롭고 병원시스템과 연동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허점을 보이며 우리 사회가 어렵게 합의한 존엄사법의 가치가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논란 속에 진천군의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다.

진천군은 이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9~12월 웰다잉 지도자 양성과정을 운영해 20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이 중 17명이 두 달여 동안 매주 모여 준비하며 재능기부를 통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이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프로젝트로 1개 마을을 1주에 1회씩 총 4회 방문하는 이 프로그램에 4개 마을 1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건강한 삶, 화목한 삶, 정리하는 삶, 준비하는 삶 4가지를 주제로 구성해 운영된다.

“맞네, 내 얘기네. 시누이는 그러면 안 되지”하며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상황극에 깊이 공감한다.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눈물로 꾹꾹 눌러 적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보며 어떻게 본인이 고통받지 않으며 가족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인생을 마감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람은 누구나 그 탄생을 축복받아 마땅한 존재이기에 또한 품격있고 품위있게 그 마지막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무섭거나 두려워 논의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그 말을 입밖에 꺼내는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지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천군의 이번 프로그램이 참여 어르신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며 존엄한 죽음, 성숙한 임종문화에 대한 논의를 한 발 앞당기는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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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18-03-04 22:39:42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57929?navigation=petitions
안락사 허용에 대한 국민청원 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참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