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아침에
삼일절 아침에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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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3·1운동 99돌을 맞았다. 매년 맞이하는 삼일절이지만 올해는 마음에 다가오는 울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일제의 강점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독립운동 100주년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진정으로 독립 국가인가 하는 물음 때문이다. 사전에서 독립이란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예속되거나 의존적이지 않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입장보다 주변 열강의 목소리가 더 크게 작동하고, 그에 끌려 다녀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그렇다. 또한 국내안보나 경제문제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내 정치세력들의 존재를 보면 더욱 그렇다.

3·1운동은 일제의 강점에 항거하여 일어난 독립운동이다. 일제의 총칼 앞에 민족의 자유는 유린당하고 경제는 피폐해져 모두가 힘들고 어렵던 시기에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어난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독립운동이다.

독립선언문은 말한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 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일제의 강압 통치 아래에서 신음하면서도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고, 인류 평등과 인류 공동의 생존권을 주창했던 당당함과 품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最後(최후)의 一人(일인)까지, 最後(최후)의 一刻(일각)까지 民族(민족)의 正當(정당)한 意思(의사)를 快(쾌)히 發表(발표)하라.'던 공약 삼장(公約 三章)은 그 어려운 시기에도 일제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민족의 결기를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6~7위의 군사력과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어느 것에도 예속됨이 없고,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기원전 431년, 그리스의 아테네는 페르시아를 물리친 여세를 몰아 제국으로 치달으며 경제적으로도 크게 융성했다. 그때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는 아테네를 견제하기 위해 스파르타가 쳐들어왔다.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전쟁을 하자는 쪽과 스파르타의 평화조건을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그때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시민들 앞에 나서서 연설했다. `여러분이 양보하면 그들은 여러분이 겁이 나서 양보하는 줄 알고 당장 더 큰 요구를 해올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단호하게 거절하면 그들도 여러분을 대등하게 대하는 편이 더 좋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라며 전쟁할 것을 주장했다. 페리클레스가 호전적이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쟁할 것을 주장한 이유는 `지금 피해를 보기 전에 그들에게 순종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것을 두려움 없이 소유하기 위해'전쟁을 하자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존재의미를 예속됨이 없고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주성과 당당함에서 찾은 것이다.

우리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며 3·1운동이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3·1운동이 품고 있는 독립정신, 다른 것에 예속되거나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지향해야 할 텐데 그때로부터 100년이 지났는데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의도나 우리의 국방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는 정치세력들을 보면서 삼일절을 맞는 마음이 불편하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자는 그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고한 어느 철학자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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