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열고 세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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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영순<수필가>
  • 승인 2018.03.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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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전영순<수필가>

맵던 날씨가 며칠째 간간하다. 긴장을 늦추면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세상을 반영하듯 애꿎은 곳에는 아직 살얼음판이다. 유독 최근에는 국내외 뉴스거리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세상이야 시끄럽든 말든 염려했던 17일간의 평창동계올림픽은 무사히 마쳤다. 올겨울에 이슈라면 북측 관계자와 선수단의 한국 방문이다. 이들의 방문은 우리의 관심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인의 관심이기도 하다. 과정이야 어쨌든 북측 관계자들은 육지로, 바다로, 하늘로, 한반도에 난 길들을 모두 이용해 환영을 받으며 당당하게 입국했다. 남북한 문제는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남북한 대화의 창구로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나오는 쓴소리와 트럼프의 후폭풍도 충분히 참작해야 한다. 트럼프가 묘한 기운을 뿜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때마다 지구촌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렸다. 바깥과 안, 어쩌면 여기에서 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북한과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너무나 잘 안다. 외부의 침입과 간섭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반도에서 동족 간의 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미래는 현재 우리 정부가 어떻게 계획하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격동의 시대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요소요소 신중하고 냉정하게 틀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 기초를 튼실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고 그저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허송세월만 한다. 우리는 볼멘소리는 잘 내면서도 결정권이 눈앞에 닥치면 인류나 국가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저울질을 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반성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있다. 정치나 경제, 역사에 문외한인 필자가 감히 큰 이슈 앞에 갑론을박하는 것이 주제넘지만, 소시민의 한 견해를 피력한다.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은 건축물 짓는 것과 같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을 지을 때는 재료만이 아니라 얼마의 바람과 햇빛과 땀방울, 일정의 시간이 버무려져야 한다. 그러나 건물이 붕괴할 때는 요즘 말로 한 방이면 `훅'간다. 추락은 한순간이다. 잔치가 끝나자마자 동네 한 편에서는 유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로 날솔가지 피워놓고 가마솥에 콩 튀듯 후보자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후보자들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며 눈치작전에 돌입한 사람들이다. 사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자기 생활에 충실하느라 동계올림픽도 선거 바람도 관심 밖이다. 서민들은 그저 아무 탈 없이 경제나 잘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개인이나 집단이익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멀리 봐야 한다. 한반도는 개인이나 일정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크게 보고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한다. 남북이 분단된 지가 65년이 되었다. 한국은 경제나 사회,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풀지 못한 숙제 하나, 휴전선이란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언젠가는 허물어야 할 우리의 과제다. 어쩌면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타협으로 잘 진행하였으면 좋겠다.

우연히 현송월이 삼지연 관현악단에 맞춰 통일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백두산도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이라고 호소력 있고 절제된 그의 노래는 통일이니 조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던 내게 큰 울림이었다. 어린 시절 이데올로기 사상을 배우고 자란 나로서는 요즘 정세에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65년간 가로막혀 있는 휴전선이 무너지고 남북한이 하나 되어 손에 손잡고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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