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자
착하게 살자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 승인 2018.02.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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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모든 인간은 죽으면 저승 법에 의해 49일 동안 험난한 저승재판을 받는다고 한다.

망자가 저승 입구에 도착하면 차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망자가 7번의 재판에서 일곱 명의 지옥대왕에게 재판을 받게 될 때, 잘 대비를 해서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변호사 역할을 한다. 그렇게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의 지옥을 거치며 살아서 저지른 죄에 대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첫 재판은 변성대왕이 다스리는,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찬 `화탕영도'의 살인 지옥. 직접 살인을 한 것뿐 아니라 살인의 원인을 제공한 언행을 한 사람까지 심판하는 지옥이다. 이 죄를 지은 죄인은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에 넣어지는 화탕형에 처한다.

두 번째 재판은 초강대왕이 다스리는,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인면어가 들끓는 `삼도천'의 나태 지옥. 무위도식하며 태만으로 일관해 인생을 허비한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계속해서 회전하는 봉을 피해 평생 달려야 하는 형벌에 처해진다.

세 번째 재판은 태산대왕이 다스리는, 칼날로 이뤄진 `검수림'의 거짓 지옥. 생전에 저지른 거짓을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칼로 된 나무들이 몸 구석구석을 도려낸다.

네 번째 재판은 오관대왕이 다스리는, 빙하와 설원으로 이뤄진 `한빙협곡'의 불의 지옥.

정의롭지 못한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차가운 얼음블록에 갇히는 형벌을 받는다.

다섯 번째 재판은 송제대왕이 다스리는, 투명한 유리 바닥이 마치 거울과도 같은 `백염광야'의 배신 지옥. 자신을 믿어 준 타인의 믿음을 저버린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거울에 갇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여섯 번째 재판은 진광대왕이 다스리는, 저지른 죄질에 따라 깊이가 결정되는 `진공심혈'의 폭력 지옥. 폭력을 가한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무중력 상태의 싱크홀을 떠다니며 휘몰아치는 돌덩이에 맞는 형벌을 받는다.

마지막 일곱 번째 재판은 그 유명한 염라대왕이 친히 다스리는, 모래로 이뤄진 `천고사막'의 천륜 지옥.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진 죄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이 죄를 지은 이는 천고사막의 모래에 파묻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가 주호민 작가가 쓴 그 유명한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 함께'의 내용이다.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상상의 공간, 오금이 얼어붙을 만큼 리얼하게 그려놓은 일곱 개의 저승지옥에서 그래도 다른 범인(凡人)들보다 평생 손해만 보고 좋은 일만 하고 살아왔다는 주인공마저도 이승에서의 삶을 혹독하게 심판받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간 내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상상의 스토리긴 하지만 우리가 죽은 뒤, 이 세상에 살았던 동안 행했던 이런저런 행동들로 무서운 벌을 받을 수도, 좋은 삶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니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단연코 `권선징악'이다. 각종 부조리와 비리, 둔감해진 도덕성으로 인해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가 만연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후회로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낙장불입! 일단, 지나간 일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주어진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착하게 살자!”는 새해 다짐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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