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연예계가 미투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성추행, 성폭력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며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이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유독 따갑다. 인기배우로 얻은 명성으로 교수 자리를 꿰차고, 연기를 잘한다는 이유로 갈채를 받던 그들이 인기로 얻은 부와 명성을 이용해 폭력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몇몇 연예인들은 모 방송에서 딸과의 케미를 자랑하며 많은 가족의 부러움을 샀던 인물들이다. 딸 바보를 자처하며 부성애를 부각시킨 이 프로그램은 세간에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화려하게 색을 입혀 대중의 입맛에 맞게 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하고 지지를 보냈던 대중들, 그래서 드라마보다 더 허구 같은 이번 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바보상자에 깜빡 속았으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자식 사랑과는 별개겠지만, 허구가 만들어낸 생활의 이면에는 자본이란 이미지가 만들어낸 그들의 삶이 얼마나 이중적이었나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미투운동과 위드운동이 확산하면서 그릇된 성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그릇된 성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있음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언젠가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성문화는 우리 사회의 어둑한 그늘이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추행, 성폭력이 의심되는 연예계 인물들에 대한 검증은 시시비비로 철저히 가려야겠지만 공인으로의 책무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연예인들에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특별한 직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안방마다 찾아오는 그들의 삶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기에 말이다. 연예인이 우상화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 인기와 명성도 한낱 거품이 될 뿐이다.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그들의 파급력은 암묵적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의 사회적 책무를 보여주는 아이돌 가수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자 연예계는 물론이고 예술계, 기업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인기 요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20대 초반인 7명의 한국의 젊은 아이돌가수에게 왜 세계 많은 청소년이 열광하는지를 두고 실력과 진정성, 소통의 공감대 등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인기의 결과겠지만 공인으로의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의 사랑으로 인기로 얻고 그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는 남다르다. 출구 없는 젊은이들에게 `나를 사랑하자'라는 캠페인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노래로 희망을 전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사랑을 실천해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 참여를 통해 지지층을 확고하게 만들며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히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들을 보며 잠시의 인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대중에게 돌려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단지 아이돌 가수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리더에게 주어지는 책무감은 절대 가볍지 않다. 명예와 권력이 부여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도의가 동반된다. 공인으로의 책무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젊은 그들을 보면서 함께 사회적 책무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