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 드라마를 원한다
정책대결 드라마를 원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2.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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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도지사 선거에 뛰어든 오제세 국회의원이 이시종 지사에게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같은 당 경쟁자이지만 지난 8년간의 도정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 의원이 이렇게 나선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 지사가 도정에서 실패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안 됐고 자신이 제시한 청사진이 제대로 도민에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절박감이 우선 묻어난다.

최근 지역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오 의원은 이 지사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현역 지사의 프리미엄이 작용하면서 자신의 정책과 비전은 상대적으로 묻혔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 의원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넘어서기 위해서 이 지사를 향해 포문을 여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당내 역풍을 우려한 탓이 컸다.

사실 오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기 전 경쟁자인 이 지사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지사가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영충호, `무예마스터십',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실상 이 지사의 도정 8년의 애정이 녹아 있는 핵심 사업과 구호를 평가절하했던 셈이다. 당내 부정적인 기류와 일부 당원들이 반발하는 역풍을 맞은 것도 사실이다.

후폭풍이 거센 탓이었던지 오 의원은 이 지사 견제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오 의원을 자극한 것인지 오 의원이 태도를 돌려 다시 공격의 날을 세우겠다고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4선 국회의원의 경륜으로 바라본 지난 8년 `이시종 호' 도정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좋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 의원이 내놓을 새로운 비전이 무엇이고 이 지사가 어떤 반격의 카드를 내놓을지 선거전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두 사람의 정책 대결은 다른 후보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길만하다.

선거 때마다 인신공격, 루머, 비방이 난무했다. 과정이야 어쨌건 상대방을 짓밟아야 이길 수 있다는 오랜 선거풍토 답습에 기인한 탓이 컸다.

두 사람의 세부 공약이 나오지 않아 비교하기는 섣부른 측면이 많다. 그렇지만 이제 잘못된 선거풍토가 사라지고 정책대결의 장이 열릴지 두 사람의 대결이 미리 관심을 끄는 이유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두 사람의 정책 대결이 과열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같은 당끼리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특정 후보를 몰아세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책 선거를 가로막는 최대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가 후보를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공약밖에 없다. 인물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점철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다른 후보들도 정책 대결에 가세해 선거 드라마의 흥미를 키웠으면 좋겠다. 정책과 공약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선거 드라마가 전개되길 기대한다.

여야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얻었으면 한다. 도민은 당리당략보다 민생과 지역발전을 우선시하는 성숙한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지방자치 27년을 맞아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하는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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