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존재감
2월의 존재감
  • 류충옥<수필가·청주경산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2.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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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류충옥

학교에서 2월은 존재감이 없는 달이다. 3월부터 시작되는 학년 과정은 12월 말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전이면 거의 마무리 짓기 때문에 겨울방학 후 개학하는 2월은 약 1주일 정도만 등교한 후 종업식과 졸업식으로 마무리를 짓고 또다시 봄방학에 들어가다 보니 시간이 설렁설렁 지나간다.

그러다가 3월만 되면 폭풍우 몰아치듯 정신이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원들은 교육과정 및 각종 계획 수립과 활동 조직을 편성하고 새로이 만나는 학생들도 파악해야 하고 새 학년 교육과정도 익히고 교실 환경 구성도 해야 한다. 행정직원은 2월부터 회계업무 마감 및 새 학년도 예산편성을 마무리 짓고, 학교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각종 용역과 인력 계약도 체결해 놓아야 한다. 학생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교실 재배치며 사물함과 책걸상 수리도 해 놓고, 곳곳의 안전점검을 하다 보면 2월과 3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고 만다.

그런데 올해 충북도교육청에서는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통하여 2월에 존재감을 부여했다. 3월을 `수업과 관계 집중의 달'로 운영하기 위해 2월을 새 학년 준비기간으로 정한 것이다. 2월 말에 내던 교원들의 인사발령을 2월 초에 냈다. 또한 졸업식과 종업식을 마친 2월 말경 모든 교사들이 새 부임지로 가서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고 구성원들과 협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짜고 행사를 계획하고 교실 환경을 구성하는 등 학생들 맞을 준비로 2월을 알차게 보내게 됐다. 무슨 일이든 준비가 얼마나 큰 성패를 좌우하는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교육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교육(Education)의 어근인 educe는 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학생 내면에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어 원하는 삶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일방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육으로는 힘들다. 올해부터 초등학교엔 놀이 시간도 생겨 학생들이 친구들과 마음 편히 놀며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생겼다.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다녀서 친구랑 놀고 싶으면 학원을 가야 한다는 이 시대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후대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학교 직원은 크게 교원과 행정직원, 교육공무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의 꿈과 희망인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모였다. 자동차가 엔진만 가지고 굴러갈 수 없듯이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존재감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바른 인성을 가지고 성장해 갈 것이다. 요즘은 마을 공동체까지 나서서 행복교육지구를 구성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을 길러낸다는 것은 힘들지만 어른의 소중한 사명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교육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기성세대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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