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화이트홀
블랙홀 화이트홀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02.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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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우주는 광활하고 별의별 신기한 현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다. 빛을 내는 항성도 있고, 빛도 내지 못하는 행성도 있고, 먼지로 이루어진 성운도 있다. 백색왜성도 있고 중성자성도 있다. 별 중에도 별의별 별들이 다 있다. 별의 집단인 은하들도 별의별 은하가 다 있다. 구상성단, 나선형 은하, 타원은하 등, 이름을 다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블랙홀은 아마도 가장 신비한 현상 중의 하나일 것이다.

블랙홀은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엄청나게 무거운 천체를 말한다. 검은색이 모든 빛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도 중력에 의해서 휘게 된다. 빛이 휜다는 것은 중력이 빛을 끌어당긴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중력이 충분히 크기만 하면 빛이 별에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력은 별의 질량에 관계되므로 질량이 충분히 크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블랙홀을 가장 먼저 예측한 과학자는 영국의 과학자 미셀(John Michell, 1724-1793)이었다. 그는 뉴턴이 주장한 빛의 입자설(뉴턴은 빛이 매우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을 믿었다. 빛이 입자라면 질량이 있을 것이므로 중력에 끌릴 것이고, 아주 무거운 천체가 있다면 빛도 탈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턴의 입자설은 사실 틀린 이론이었던 것이다. 틀린 이론으로 옳은 예측을 할 수 있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서 예측되었고, 실제로 관측되었다. 이 블랙홀에서는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하니 블랙홀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블랙홀 주위에 있는 별들도 블랙홀로 끌려들어 갈 것이고 블랙홀 주위를 지나는 빛도 끌려들어 갈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 우주가 결국에는 블랙홀에 다 잡아먹히고 말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참 암울한 우주의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이 암울한 우주에 희망을 준 것이 바로 화이트홀이다. 흰색이 모든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하수구와 같다면 화이트홀은 모든 것을 토해내는 곳이다. 우리 우주와는 다른 또 다른 우주가 있다면 우리 우주에서 빨아들인 것이 다른 우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 우주의 블랙홀은 우리 우주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그쪽 우주로 내 보는 구멍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참 공평해진다. 이 우주의 에너지가 블랙홀을 통해서 다른 우주로 가고 다른 우주의 에너지가 화이트홀을 통해서 우리 우주로 오고. 우리의 블랙홀은 그 우주의 화이트홀이 되고, 우리의 화이트홀은 그쪽 우주의 블랙홀이 되고. 이렇게 두 우주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우주의 미래가 그렇게 암울한 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블랙홀의 실체는 확인이 되었지만 화이트홀의 실체는 확인되지도 않았고, 아직 이론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인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주가 더 합리적이고 인간의 입장에서 더 편한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역사는 계속해서 인간의 그러한 희망에 좌절을 안겨 주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신기한 것은, 인간의 예상이 빗나가는 발견들이 수없이 나타났지만 그것들이 인간을 완전히 좌절시키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발견은 과거의 믿음에 좌절을 안겨 주었지만 이 좌절은 우주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항상 가져다주었고, 이 새로운 깨달음은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블랙홀은 무언가 으스스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화이트홀은 무언가 희망적인 것 같다. 이 으스스한 블랙홀은 실재하지만 아침의 여명과 같은 화이트홀은 아직 희망으로만 존재한다. 희망은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현실의 블랙홀보다 상상 속의 화이트홀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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