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 잊지 말아야
순망치한(脣亡齒寒) 잊지 말아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2.21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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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청주시가 최근 해산된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의 업무를 이관받아 팀장 1명과 팀원 4~5명으로 구성된 상권활성화 대책팀을 발족했다고 한다.

그동안 재단 직원들이 하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지원사업, 나들가게 육성 선도지역 지원 사업, 특성화 첫걸음 시장 등의 업무를 이제는 공무원이 한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일자리경제과 시장유통팀을 시장활성화팀과 유통발전팀으로 나누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팀을 가동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체계적이고 효율적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2011년 전통시장과 성안길 상점가의 경기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을 전격 해산한 뒤 공무원이 그 업무를 맡는다니 억지춘향격이다.

단칼에 없앨만한 조직이었으면 왜 출범시켰는지, 출범을 시켰다면 그동안 왜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는지 온통 미스테리한 상황에서 직원들만 거리에 나앉았다.

더욱이 지난해 청주시는 재단의 문제를 감사한 뒤 담당 과장 등 직원들에 대해 엄중하게 문책한다고 했는데, 담당과장은 올해 초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문책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승진잔치를 벌이고 후임자와 부시장이 총대를 메는 사태를 보면서 이게 청주시의 민낯인가라는 생각이 더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재단 내부의 문제를 초기에 진화하지 못한 공무원은 승진하고, 문제제기를 한 재단 직원이나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 없는 직원까지 해고당한 일이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지극히 조용하다는 것이다.

`빈대 잡느라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 된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 문제는 차기 청주시장에게 적지 않은 짐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재단을 다시 만들지,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분명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를 보면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가 닥칠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때 선거에 나선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발표는커녕 전통시장에서 사진 찍느라 열중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민생은 `라이브'다. 앞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고, 지금 당장 고치고 바꿔야 하는 삶의 터전 자체다.

만일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뽑아버렸으니 앞으로는 `건방지게 공무원들에게 도전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자신들을 괴롭혔던 존재가 사라졌으니 속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전통시장 상인회장이 있다면,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니 당선되고 보자는 정치인이 있다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민생과 협치를 도외시하면 그 책임과 손실이 지역사회에 더 크게 닥칠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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