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된장국 유감
미소된장국 유감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 승인 2018.02.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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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오늘 급식은 비빔밥이다. 흰 쌀밥 한 주걱에 콩나물 얹어 놓고 고사리나물, 애호박 볶음, 빨간 당근볶음, 노란 달걀 채 등 화려한 색상에 고추장 떠 넣으니 입맛이 저절로 돈다. 여기에 비빔밥에 빠질 수 없는 된장국 한 그릇이면 최상의 밥상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미소된장국이다. 미소된장국(미소시루-みそ汁)은 가장 일반적인 일본식 국물 요리이다.

일본식 된장의 일종인 미소된장과 우리나라 된장은 어떻게 다를까?

재료가 다르다. 우리나라 된장은 순수한 콩만 사용하는데 미소된장은 콩에다 쌀이나 보리를 띄운 누룩을 섞어 만든다. 콩에 첨가된 누룩의 재료에 따라 쌀을 이용한 코메미소, 보리를 이용한 무기미소, 콩만 사용한 마메미소로 나뉘며 이 세 가지를 섞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밀 누룩을 사용한다. 또 발효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색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된장을 발효시키는 균이 다르다. 미소된장은 누룩곰팡이의 일종인 황곡균(Aspergillus or yzae)으로 만든 누룩을 콩에 섞어 다시 발효시키는데 이 균은 주로 녹말(전분)을 당화시키는 일을 한다. 황곡균은 일본에서 사케나 미소된장, 간장 등 일본 전통식품의 근간이 되는 균으로 국균 대접을 받는 균이다. 우리나라 전통 된장은 황곡균을 비롯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과 다양한 곰팡이들이 발효시킨다. 고초균은 녹말을 당화시키기도 하고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황곡균과 고초균은 볏짚에 많은데 메주를 볏짚으로 매달은 것을 보면 우리 조상도 이들 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메주는 번식하는 곰팡이에 따라 흰색(백곡균), 노란색(황곡균), 붉은색(홍곡균), 검은색(흑곡균), 회백색(고초균)등 다양한 색을 띠게 된다. 지방에 따라 서로 다른 고초균이나 곰팡이가 메주의 발효에 관여하기에 그 종류에 따라 집집마다 된장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 대량생산되는 된장의 맛이 다 비슷한 것은 황곡균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발효와 제조 과정이 약간 다르다. 미소된장은 콩에 누룩을 넣어 한 번에 발효시키지만, 우리 된장은 메주를 만들어 매달아 한번 발효하고 다시 따뜻한 곳에 발효시킨 다음 소금물에 담가 간장을 만들고 다시 건져 단지에 넣어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된장과 미소된장은 작용균도 다르다. 미소된장은 황곡균만을 사용하지만 우리 된장은 황곡균을 포함해 여러 발효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다. 우리 된장은 아미노산의 구수하고 깊은맛이 있으나 짜고, 미소된장은 쌀, 보리의 녹말이 당화되어 단맛이 강하나 깊은맛이 없다. 또한 조리법도 약간 다르다. 우리 된장은 끓일수록 깊은맛이 더해지나 미소된장은 여러 가지 부재료를 익힌 다음 미소된장을 넣어 섞어 먹는 수준으로 끓일수록 맛이 떨어진다.

음식의 세계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지름길이다.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따라 우리의 밥상이 풍요로워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 탓할 일은 아니지만 가장 한국적인 비빔밥에는 미소된장국보다 우리의 강된장이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것 탐하다 우리 것을 소홀히 하거나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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