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참교육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1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내는 그 마음
학교 문집이 교실에 도착했다. 가장 위에 놓인 책에는 자상하게도 감사의 글귀까지 적혀 있다. 전교생이 글과 그림을 내고, 담임교사가 다듬고, 문집담당이 그것을 모아 학교행사를 더하고 예쁘게 꾸민 작품집이다. 문집을 들고 우리 반이 나온 면을 살펴본다.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식부터 찾아보듯이 자기 반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담임교사의 본능이다. 학교행사 사진과 전체적 짜임새도 훑어본다. 문집 속에서 지난 한 해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급 소개면에 있는 '선생님 말씀'도 모두 읽어본다.

바야흐로 학교는 헤어짐의 계절이다. 아이들을 새 학년 새 반으로 떠나보내고, 원로교사의 퇴임을 바라보아야 하고, 다른 학교로 전출가시는 분을 보내야 한다. 헤어짐이 가져오는 아쉬움, 뉘우침, 슬픔 등등의 정서가 자연스러운 이즈음이다. 이러한 헤어짐 속에서 무엇보다도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교사된 자의 가장 헛헛한 가슴부분이 아니겠는가. 선생님들이 남긴 불과 서너 줄의 글귀 속에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사랑.

'만난 것이 어저께 같다'는 말로 쏜살처럼 지나간 1년을 회고하고, 초롱초롱하고 예쁜 모습들을 기억하기 위해 칭찬의 말을 쓰며, 더욱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당부한다. 저마다 개성에 따라, 주안점에 따라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한결같은 것은 온새미 사랑이다. 교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선생님들의 사기가 상당히 저하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남기는 글귀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넘친다. 사랑은 '사람 세상'의 처음이고 끝이 아닌가. 선생님들의 교육애(敎育愛)가 담긴 글귀 몇 가지를 여기 옮겨 본다.

당부의 말을 간곡한 기원문으로 표현한 글 "씹던 껌 아무데나 퉤 뱉지 못하고 개구멍으로 쏙 빠져 나가지 못하고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기를.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볼 줄 알고 친구의 허풍에도 머리 끄덕여 줄줄 아는 우리들 모습이기를."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특징을 들어 호명함으로써 사랑을 드러내는 글 "인라인 스케이트왕 , 오창으로 전학간 , 부반장 , 엉뚱이 , 똑똑이 , 키 큰 , (중략) 다리 삐끗 , 닮은 , 댕그란 눈 , 도우미왕 , 서예하면 , (중략) 캐나다에서 온 , 프랑스에서 온 ."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글. 아이들과의 만남을 행운으로 생각했다는 글. "훌륭하고 책임감 강한 반장 000, 부반장 000, 000. 너희들이 임원이 된 건 내 인생의 행운이야. 높은 안목과 높은 사리판단력으로 이들을 뽑고 묵묵히 믿고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0학년 0반! 너희들을 만난 건 내 인생의 최상의 행운이야. 또 다른 어떤 모습으로 다른 이에게 행운을 안겨주게 될까. 너희들의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모습을 잊지 못할 거야."

바라건대, 선생님들의 교육애(敎育愛)가 온전하게 실천될 수 있는 학교가 만들어지기를. 사제(師弟)의 만남이 언제나 행운, 나아가 최상의 행운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