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소고(小考)
명절 소고(小考)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8.02.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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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둘이서 조용하게 살던 집이 모처럼 왁자글하다. 아들 삼 형제가 이룬 가족들이 한데 어울리니 넓던 거실이 좁아 보인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남편을 중심으로 세 아들과 며느리들의 대화도 정겹다.

명절이면 멀리 떨어져 살던 자식들이 몰려와 함께 즐거워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듯 명절 때마다 자식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지만 불안한 마음과 걱정도 함께한다.

올해 설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이 명절을 쇠러 오고 가느라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번 설에도 자식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또 명절을 보내고 집에 잘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객지에 살고 있는 자식을 둔 모든 부모들이 나와 같은 걱정을 했을 것이다. 올 설엔 교통사고가 많이 줄었다니 다행이지만 명절 때마다 겪는 교통대란을 줄일 좋은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명절이면 층간 소음도 걱정이 된다. 아직 손자들이 어려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마다 조심시키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통제가 되지 않아 온 신경이 아래층에 가 있다. 행여 아래층에 폐를 끼칠까 걱정이 된다.

평소에는 남편과 둘만 있으니 조용한데 손자들이 오는 날이면 언제나 죄를 짓는 것 같아 불안하다. 다행히 우리 집 아래층에 사시는 분은 명절에 아이들이 뛰어도 시끄럽다는 말씀이 없어서 오히려 더 미안하고 죄송하여 사과를 드린다.

간혹 층간소음으로 명절을 우울하게 보내거나 이웃 간에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여 층간 소음 문제로 불행한 일이 없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명절이 될 때마다 며느리를 셋이나 둔 나는 조심스럽다. 명절로 인해 시댁과의 갈등으로 행복하게 살던 젊은 부부들의 이혼이 늘어난다고 한다. 시댁과 친정집을 방문하는 순서로 갈등을 빚고, 음식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아 이혼까지 한다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나도 종손 며느리로 몇십 년 동안 명절을 치렀기에 그 어려움을 잘 안다. 그래서 며느리들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며, 명절 후에는 힘든 내색 없이 명절을 잘 보낸 며느리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일 년에 두 번, 가족들이 함께 모여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 간의 우애와 화합을 다지는 명절에 며느리들은 주방에서 기름 냄새 맡으며 음식 준비에 바쁜데 편히 앉아 놀고 있는 식구들이 예뻐 보일 리 없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으며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라야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천주교회 식으로 제사를 모시기에 제사의 격식이나 상차림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여자들은 평소에 가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준비하여 제사상을 차리고 남자들도 설거지를 돕는다.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조상님을 기억하며 절을 올리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풍습이 심각한 교통대란, 층간소음, 가족 간의 갈등으로 그 의미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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