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떡국' 벌써 3년
'눈물의 떡국' 벌써 3년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7.02.1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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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하청 노동자들의 설
   
회사에 근무를 할때도, 회사로부터 거리에 내몰려 생산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지금도 설 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딱한 젊은이들이 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 그들이 명절없는 사람들이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 때문에 생산 지원 업무를 진행했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다.

명절이되면 비록 몸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고향으로 보내 산업역꾼으로서의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명절에도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며 보냈던 이들이 거리로 내몰린 후 3번째 맞는 이번 설 명절에도 고향을 가지 못한다. 회사 밖에서도 명절이 없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위해, 회사를 위해 고향에서 명절을 못보내도 즐거웠던 그 시절과 사뭇 다른 심정으로 설을 맞게된 이들은 3년째 회사 정문 앞 천막을 지키고 있다. 여지없이 이번 설 명절도 "일터를 돌려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인해 흘러내리는 눈물속에서 설을 보내게 됐다.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명절이 없다. 누군가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연휴기간 중에 여유를 느끼며 여행을 떠나지만 우리에게는 모두 꿈일 뿐이다"라고 천막 언저리에서 먼산을 바라보던 한 노동자가 힘없이 내뱉는다.

이제 설 명절을 보내고 나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보다는 걱정거리로 또다시 아픈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 보육지원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 나서고 급식비 지원 혜택을 위해 학교로 찾아 나서는 등 악조건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또 애를 써야 한다.

비참함속에서 또다시 설을 맞게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A씨는 하루 빨리 치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합병증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향의 어머님에 대한 죄책감으로 명절임에도 인사조차 드리지 못한다.

또 한 조합원 B씨는 암투병중인 연로하신 어머님을 이번 설에도 찾아뵙지 못한다. 회사에서 쫓겨나 수입이 없는 생활로 기본적인 먹을거리 고민이 앞서면서 치료를 위한 어떤 도움도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고향을 찾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100여명의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 노동자이 모두 엇비슷하다.

"우리들에게 3번의 눈물은 태어날 때, 그리고 부모님을 여의였을 때, 그리고 마지막 한번은 노동자들이 내 일터를 돌아갈 수 있는 그 날 마지막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려고 한다"는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있어 목숨과도 같은 일터로 돌아가겠다라는 신념으로 3년째 싸우고 있는 순박한 노동자들에게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들도 충북도민이며, 청주시민임에 틀림 없다.그런데도 이들에게는 명절을 앞두고는 그 흔한 격려 발길조차 찾기 어려워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명절을 즐겁고 기쁘게 보낼 그 날을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짤막하게 언급하는 천막속의 한 조합원에게서 3번째 길거리에서 설을 맞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절제하는 설움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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