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근절 특별법
채용비리 근절 특별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2.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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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한국은 아직도 ‘빽’이 있어야만 하는 사회. 주말에 발표된 SBS-국회의장실의 주요 현안 여론조사 결과는 참담할 지경이다. 갤럽에 의뢰해 개헌과 채용비리, 성범죄 등 3대 현안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했는데 우리 사회의 취업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무려 82.3%(별로 공평하지 않다 51.9%, 전혀 공평하지않다 30.4%)나 됐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채용 비리가 만연하는 사회라고 인정한 셈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공평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특히 ‘백수’가 가장 많은 나이대인 40대에서는 87.7%가 공평하지 않다고 답해 40대가 가장 부정 채용을 몸소 겪는 연령대임을 실감하게 했다.

직업별로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공평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90.9%였다. 주부, 학생, 무직, 기타 등이 전체 응답자의 1/4이었는데 이들도 79.4%다 공평하지 않다고 응답, 국민 전체가 우리 사회의 취업 기회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채용 비리 피해 여부를 묻는 조사 결과는 더 심각했다. ‘채용 비리에 따른 피해를 보았거나 지인의 피해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응답자 10명 중 4명꼴(38.5%)로 그렇다고 답했다. 채용 비리의 발생 원인을 묻는 말에는 상급 기관의 인사청탁(26.8%), 비리에 대한 처벌 미흡(25.6%), 학연·지연 등 연고 주의(25.4%) 등이 세가지가 가 큰 이유라고 답했다. 이어 상명하복의 (직장) 조직 문화(9.3%), 일자리 부족(7.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채용비리를 근절하는 방법은 뭘까. 앞서 발생 원인에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채용 비리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채용 비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 비리가 발생해도 하나 마나 한 느슨한 처벌로 청탁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입사한 당사자가 그대로 회사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채용 비리가 발생한 공공기관장의 퇴출까지 천명하고 나섰을까.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현행법은 채용비리가 발생하면 직권남용이나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 비리가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가고 한 가정을 파괴하는 중범죄라는 점을 감안하면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의 채용 시스템도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의 채용 방법을 뜯어보면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직권을 남용해 채용 비리를 저지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청사 경비·방호 등이 주 업무인 청원경찰의 경우 채용 시 체력시험은커녕 필기시험도 치르지 않고 100% 면접시험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지자체가 거의 전부다. 기관장이 부하 직원들로 면접 심사 위원을 선발해 사전에 짬짜미한다면 시험은 보나마나다. 공무원 신분인 청원경찰의 기본 채용 매뉴얼도 없는 이상한 나라. 아직 채용 비리 근절은 헛구호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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