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여자와 남자의 온도 차
미투(MeToo) 여자와 남자의 온도 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2.19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미투운동이 거세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세계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으며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지현 검사의 미투 동참을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예술계로 번진 미투운동은 국민적 신망을 얻은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뒤늦은 고백이기도 하겠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이러한 행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그릇된 성문화가 관행처럼 되풀이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묻혔고, 그때마다 우리 사회에선 암묵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관계성을 고려해 묵과 해온 게 사실이다. 피해자들 역시 말해봤자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화살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비론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는 침묵하길 강요받았다.

이 침묵에 파열음을 낸 것은 2016년 강남역 여대생의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성평등 인식에 도화선이 되었고, 이제 미투운동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시금 문화예술계에서 일파만파로 번지는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천 년이 넘도록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 사회를 유지해 온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적 언어에 관대했던 한국 사회의 민 낯이 그대로 드러날 경우 많은 남성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온도 차는 크다. 여성들의 용기와 각성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추행과 성폭력적 언어의 수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여기에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선까지 견지한다면 우리 스스로 그릇된 성문화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알 수 있다.

명절 연휴에 가족들과 미투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한국에서 거세지고 있는 이 운동에 대해 남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고. 20대의 대답은 쿨했다. 잘못된 인식은 바꿔야 한다고 방점을 찍으면서도 역차별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40대는 잘못된 페미니즘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고, 50대는 성추행이란 주관적 잣대로는 자칫 성이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긴 하나 여성에 대한 이해보다 남성중심의 사고가 앞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젊은 층일수록 성평등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이처럼 여자와 남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는 성문화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여성의 지위가 높다는 미국에서조차 미투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성평등인식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성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불을 지핀 미투운동이 남성들만의 문제로 끝낼 일은 아니다. 추행과 폭력에 둔감해져 있었던 것도, 그릇된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여성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운동이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성인식에 대한 각성과 모든 이들의 성문화를 전환하는 계기여야 한다. 모두가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묵인되고 묵살되어온 성문화를 바꿔나가는 변곡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