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엄중히 받들어야
설 민심 엄중히 받들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2.1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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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통상 설 명절을 통해 향배를 가늠해보곤 한다. 명절 여론은 귀성 행렬과 함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고 형성된다.

설 명절 동안 여야는 민심 읽기에 분주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만나듯 지역과 세대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고향집 밥상머리에서 뒤섞이고 정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까지, 이번 설 명절은 전국의 민심이 이동하고 만나는 마지막 통로이다. 지방선거 주자들은 여론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야 정당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들로 명절 민심을 만난 듯하다. 여당은 높은 정권 지지율에 편승하려 했고 야당은 정부의 실책과 정책에 대한 불만을 앞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처음 맞는 이번 설 명절이 밑바닥 민심을 읽어내고 거기에 맞춤형 전략을 짜내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여기서 상승세를 타야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넘볼 수 있는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다퉈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해 설 민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너도나도 민심을 듣겠다고 경쟁했다.

이렇게 정치권은 설 민심을 원동력으로 세력 확장을 꿰하지만 서민들은 이번 설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에다 먹고살기 힘들어 설 명절을 따뜻하게 보내지 못해서다.

그 어느 해보다 화젯거리도 많은 설 명절이었다. 예상대로 평창 동계올림픽, 청년실업문제, 최저임금, 가상화폐, 개헌이 밥상을 뜨겁게 달궜다.

연휴가 끝난 지금 설 민심 성적표를 받아든 후보들이 말하는 민심의 온도차는 컸다. 여당은 정권 칭찬에 급급했고, 야당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명절 밥상에 오른 가장 확실한 여론은 “먹고살기 힘들다”였다. 서민,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살림이 나아진 게 없다며 먹고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심을 엄중히 받들겠다고 목소리도 키웠다. 그렇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졌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은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더 기다려 보자는 궁색한 변명과 정부 탓이라는 네 탓 공방이 난무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당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과연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민심 읽기는 지방선거에서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후보들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럼 어떤 단체장이 당선되어야 경제가 살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서 이렇다 할 여론의 흐름이 발견되지 않는다. 어떤 후보도 도민이나 시·군민의 마음에 와 닿는 말을 하지 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한 선거전의 열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선거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선거의 공식에 따라 절반의 표심으로 당선된 이들이 어떤 지도자가 되는지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면서 확인했다.

다음 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는 중요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도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선거 과정에서부터 더 많은 유권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득은 진정이 담긴 약속, 고뇌가 들어 있는 정책,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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