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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타령

타임즈 포럼 박재명<충북도 동물방역과장>l승인2018.02.14l수정2018.02.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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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명<충북도 동물방역과장>

요즘 들어 봄꽃 타령이다. 마음이 추워서인지 올해는 유독 더 추운 겨울이었다. 또 어느 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 졸이고 한기(寒氣)도 더 느낀다.

영하 17도의 맹추위가 떨치던 날부터 상당공원 메타세콰이어 나무 꼭대기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고 있었다. 수컷은 매일 가지를 물어 나르고, 암컷은 집을 다졌다. 봄이 오는 길목에 가까이 올수록 둥지는 점점 커지고, 까치 부부는 이제 완성된 집에서 가끔씩 쉬었다 가곤 한다.

언제부턴가 겨울에 앓는 직업병의 한 가지가 생겼다.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 소식에 불안한 겨울을 보내다 보니 언제쯤이나 꽃이 피는지 기다리는 병이다. 꽃 피는 봄이 되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느 해 겨울이던가, 들불처럼 번지던 전염병을 수습하느라 정신없는데, 청사 뒤꼍에 서 있는 목련나무 꽃봉오리가 뽀얀 꽃 속살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그렇게 괴롭히던 전염병이 차츰 수그러들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후로 봄꽃을 기다리는 겨울병이 걸렸다. 봄이면 어떤 나무가 또는 어떤 풀이 먼저 꽃을 피우나 찾아보는 습관까지 생겼다.

가장 먼저 만나는 꽃은 어느 집 앞마당에서 피는 노란색 영춘화, 양지바른 잔디 사이에서 피는 봄까치꽃(큰개불알꽃)이었다. 사무실 화단에서 크고 있는 회양목도 가장 이른 봄에 소박한 꽃을 피운다는 것도 알았다. 곧이어 제비꽃, 개나리, 매화, 명자꽃이 피고 산에는 생강나무꽃이 만발한다. 정원마다 목련꽃 봉오리 벌고, 온 산에 산벚나무 꽃이 피면 비로소 완연한 봄이 된다.

꽃피는 봄이 와야 나도 살 수 있다는 강박감에 올해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만나는 꽃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반갑다. 겨울을 견딘 봄꽃들은 한결같이 빛나고 향기롭다. 꽃이 피면 노란 햇병아리들도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다. 꽁꽁 얼어붙는 삼동에 24시간 방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 삶도 모진 고초를 견디고 이루었을 때 얻는 성취감이 봄꽃과 같지 않겠나 싶다. 시련의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꽃 피고 새들이 운다. 우리 삶에도 가끔 찾아오는 시련기가 곧 겨울과 같다. 시련은 있지만 언젠가 찾아올 봄꽃을 생각해 보라. 나의 고된 시련 없이 우연히 찾아오는 요행과 비교해 보자. 그 요행이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며, 내 삶에 얼마만큼 아름다운 꽃이 되어줄까. 겨울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얼어 죽고 마는 것이니, 들녘마다 피어나는 봄꽃의 당당함과 용기와 고귀함을 살펴보라. 내 삶의 방정식도 겨울을 견딘 봄꽃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위는 언젠가 물러나고 다음은 봄이다. 중국의 문호 지센린의 유명한 어록인 `다 지나간다'라는 한 마디에 용기를 얻었던 그해 겨울처럼, 올해 겨울도 지나가고 있다. 올겨울 내내 마음을 졸이며 현장에서 방역을 담당해 주신 공무원, 유관기관과 축산시설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얼마 남지 않은 추위를 견디면 곧 봄이 올 것이다. 그들에게 봄은 안심하고 축산영농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날과 같은 것. 봄꽃처럼 찾아올 그들의 희망찬 봄을 미리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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