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한 `어머니 손맛'
눈으로 한입~맛으로 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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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2.1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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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 보편화·차례 간소화 … 분주한 설 풍경 사라져

김정희 진지박물관 원장 “충북 음식 담백·구수·소박”

고유의 맛·색 만드는 것 못지않게 담는 그릇도 중요

시골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듯 기다림도 따뜻하게 다가오던 시절이 있다. 바로 명절 풍경이다. 설이 다가오면 고향집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기름내가 진동을 했다. 떠나있던 자식들의 귀향을 기다리며 집집이 전을 부치고, 나물을 볶는 어머니의 정성이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로 전해졌던 것이다.

저녁상을 물린 뒤에도 어머니의 손은 쉴 새가 없었다. 김치와 두부를 으깨 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고 떡을 써느라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핵가족이 보편화하고 차례도 간소화되면서 명절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했던 설 풍경은 사라졌다. 더구나 설날만 맛볼 수 있었던 약식이나 식혜, 지짐, 수정과 등 특별식도 이젠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풍성한 밥상을 받으면서도 현대인들이 허기를 느끼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모의 정성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지만 소박한 어머니의 밥상은 여전히 그리운 우리의 문화가 아닐 수 없다.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손맛을 흉내 낼 수 없지만 이번 명절에는 충북지역에서 설날에 먹었던 전통음식을 찾아보았다. 진지박물관 김정희 원장의 도움으로 충북 선비의 품격있는 명절 상을 소개한다.

▲ (오른쪽) 김정희 진지박물관 원장이 충북지역의 설 명절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유태종기자

# 충북의 전통 설 음식

김정희 원장은 충북의 전통음식에 대해 “충북의 음식은 사치스럽지 않으며 많은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려고 애쓰는 음식”이라며 “지역적 특성에 맞게 벼농사가 발달해 쌀과 보리 같은 곡식과 고구마, 고추, 무, 배추, 버섯 등이 생산돼 음식재료로 사용되면서 맛이 담백하며 구수하고 소박하다”고 들려줬다.

이어 “시대가 변하면서 음식 색과 모양, 맛도 변해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고조리서에 보면 지역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충북은 식생활 풍습으로 전통의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송시열 가문에 전해지는 조리서 등에서 특별한 비법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이를 담아내는 그릇도 중요하다. 고유의 맛과 색을 내는데 그릇의 역할도 크다. 김 원장은 “음식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용기가 다 다르다. 갈비찜의 경우 반드시 뚜껑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조반기라 한다”면서 “나물을 담는 그릇은 쟁첩, 김치를 담는 그릇은 보시기, 술은 주발, 숭늉은 대접 등 각각의 이름에 맞게 음식을 차려내는 것도 상차림의 센스”라고 덧붙였다.





# 담백하고 깔끔한 생떡국

가난했던 시절 떡은 고급 음식문화였다. 쌀이 귀하다 보니 `떡'은 아무나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떡을 먹을 수 있는 날은 환갑잔치나 명절 같은 날뿐이었다.

옛 책 `동국세시기'에 “흰떡을 얄팍하게 똑같은 크기로 썰어서 장국에 넣고 쇠고기나 꿩고기를 넣어 끊인 다음 고춧가루 친 것을 떡국이라 한다. 이것으로 제사도 지내고 손님 대접에 쓰므로 세찬(세배하러 온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 없어서는 안 된다. 속설(일반인들의 생각이나 믿음)에 나이를 물을 때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묻는 것은 그것이 세찬이기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설날 떡국을 먹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떡국을 먹음으로써 한 살을 더 먹고 새해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에서다. 가래떡을 썬 모양도 요즘처럼 어슷썰지 않고 수저로 뜨기 편하도록 동전처럼 둥글게 썰었는데, 이는 태양을 의미하기도 하고 돈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충북에서는 생떡국을 차려냈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하지 않고 메밀가루와 녹말가루 밀가루를 섞어 익반죽한 뒤 길게 반대기를 지어 동그랗게 썬 다음 고기를 우려낸 국물에 생떡국을 익혀 먹었다. 떡의 질감이 부드럽고 맛이 쫄깃하며, 방앗간을 가지 않고도 쉽게 떡국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 원장은 “우리 지역 떡국은 다른 재료를 많이 쓰지 않고 육수도 한번 걸러내어 말갛게 끓여 냈다”며 “요즘 가래떡도 천연색으로 나오고, 떡도 어슷썰기로 썰어 모양을 내 떡국을 끓이지만 전통적으로 떡국은 흰색과 동그란 문양으로 모양을 내는 음식이며 이는 깨끗함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 소의 내장으로 만드는 전유화

지짐전에도 재료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김치전, 두부전, 깻잎전 등 그 지역 농산물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충청지역에서는 명절 특별식으로 소의 내장을 사용해 전을 만들어 먹었다. 전유화라고 일컫는데 주로 청주지역에서 많이 해먹었다고 한다.

말랑말랑해 으깨지기 쉬운 간은 살짝 삶은 뒤 얇게 썰어 밀가루와 계란에 묻혀 붙이고, 내장을 깔끔하게 손질한 뒤 얇게 펴서 밀가루와 계란을 묻혀 붙이면 된다. 양념장을 곁들이면 된다.

김 원장은 “청주지역에서 많이 먹었던 전유화는 우시장이 가까웠던 것도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며 “천엽은 손질하기가 까다롭다. 세심하게 손질해야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송시열 가문에 내려오는 비법, 무나물

무를 볶아 반찬으로 사용하는 무나물. 하지만 조선 후기 당대 최고의 세력가 송시열 가문에는 특별한 무나물 비법이 내려오고 있다. 소고기를 넣은 무나물로, 볶을 때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소고기 삶은 물을 채 썬 무와 소고기를 넣고 볶으면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이 난다.





# 겸절병(만두)

만두에 소고기를 속으로 넣는다. 속은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소고기만 갈아서 담백하게 볶는다. 만두피도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메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사용해 만든다. 밀가루로 만든 만두피보다 부드럽지 않고 딱딱하지만 쇠고기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 소 갈비찜

조선의 요리책에 따르면 음식에 내장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갈비 찜의 경우 갈비만 사용하지 않고 간과 허파, 양 등 소의 내장을 함께 넣어 조리했다. 또한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조리함으로써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시원한 맛을 낸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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