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2.12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가끔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온다. 이번에는 책을 읽지 않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종강한 프로그램 중`드림 스피치리더십'에 참여한 학생들이 떠오른다. 도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 모둠별로 커다란 전지에 치즈를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 느낀 점을 쓰는데 열심히 한다.

책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며 성실하다. 그중에 몇 명이 친구와 대화 중에 욕을 섞은 말투가 거슬린다. 욕을 하는 아이에게 슬쩍 말을 건다. “○○야, 네 언어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 아이는 당황하면서 “영하 1도요” 한다.

최근에`언어의 온도(이기주 저·말글터)'를 읽었다. 장편소설을 읽다가 섬세한 문장에 지쳐갈 즈음 가볍게 손에 닿은 책이다. 얼굴만큼 말도 예쁘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2학년 소녀에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언어의 온도'를 추천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 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큰 소리의 명령조 말투보다는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저자는 경제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출판사 대표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는 일이 취미라고 말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은 에피소드로 스며들어 잔잔한 웃음을 준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직원들이 `환자', 혹은 `어르신'대신에 `김 여사님'또는 은퇴 전 직함을 불러 드렸단다.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자라 환자라고 하면 더 아프다는 말과 함께. 배려의 말 한마디가 플라시보 효과가 된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쓸데없는 말,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모순이다. 모임에서 혼자만 신나게 말하는 사람은 다언증이다. 대화는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나갈 때 진정한 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면 불통이 된다.

이 책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라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