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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새로워져요

사유의 숲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l승인2018.02.13l수정2018.0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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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감기몸살로 제가 앓고 있으면 어머니는 죽을 끓여 한 숟가락만 먹어보라 권하시다가 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며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어머니는 아픈 저를 등에 업고 자장가를 부르며 좁은 방을 왔다 갔다 하시며 동지섣달 긴긴밤을 하얗게 지새우셨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은 병원이 멀어서 한 4㎞를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나마도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실 때가 잦아서 아프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자고 나면 낫는다며 자장가를 불러주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고 나면 아픈 곳이 씻은 듯 나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겨울 포근했던 날 미세 먼지가 가득하니 호흡기가 좋지 않은 사람은 외출을 삼가라는 방송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사이는 그 많던 미세 먼지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이 시간에도 우리가 사는 지구엔 수십억 인구가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 오염물질, 자동차 매연 등으로 계속 오염되고 있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들지 않나요?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아무리 더러운 물이라도 잘 흐르기만 하면 먼 거리를 흘러가지 않아도 자연정화가 되어 깨끗한 물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나 오수, 오물도 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정화되고 정수돼 다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며 집을 지어 여름 무더위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고 어디에서는 물의 흐름을 방해해 악취에 시달리거나 물 부족을 겪기도 합니다. 돈이 영원한 개인 것인 양 장롱 속에 넣어 두어 돈의 흐름을 방해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게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의 욕심에서 기인합니다. 순간적인 욕심에 시장을 볼 때 많이 사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결국은 버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좋아 보여 샀다가 옷장에서 자다 버려지는 옷들은 결국 사용되기보다는 머물고 있다가 제 역할도 못 해보고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흘러야 하는 것들의 흐름을 막거나 돌려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 때문에 우리가 사는 환경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리 몸에서도 흐름이 막히면 질병이 생기고 심하면 생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스럽게 쉬는 숨조차도 잘만 쉬면 능히 명을 보전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다양한 생각이 늘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속에 살고 있지만 한 생각에 집착되어 붙들리면 잠도 안 오고 괴롭습니다. 이 또한 연구해보면 생각이 흘러야 하는데 붙잡은 탓에 일어나는 병폐입니다. 붙잡지 않고 생각을 잘 흐르도록 하면 참 귀신같이 스스로 대단한 역량을 발휘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잘도 해냅니다.

흐름은 결국 평평하게 되려는 자연의 법칙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경사가 있거나 차이가 나면 반드시 흐름이 발생하고 그 흐름으로 인해서 높은 곳에서는 낮은 곳으로, 많은 곳에서는 없는 곳으로 계속 흐르고 흘러 결국은 다 평형을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잘 흐르게만 하면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늘 새로워지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이 만날 때도 나에게 있는 것은 네게로 너에게 있는 것은 나에게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여 가족이나 이웃 간의 관계가 새로워져 더 반갑고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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