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도심을 디자인하자
청주 도심을 디자인하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2.11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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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출마 기자회견에 맞춰 큰 틀에서 내놓은 공약이 있는 반면 세부 정책 공약을 매주 발표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광희 충북도의원이 눈에 띈다.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그동안 준비해 온 공약을 매주 발표하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공약 발표에 동참하고 있다.

이 의원의 공약은 사회·문화·환경·복지 등 전 분야를 다루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공약 곳곳에 녹아 있다.

다만 이 의원의 공약은 부문별로 나눠 발표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에 대한 임펙트는 부족한 듯하다. 세부실행 과제는 좋은데 목표는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좋은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시민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미리 살펴보고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할 시간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신선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공약도 있어 공약의 내용 면에서도 어느 선거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고민해 공약을 만든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천혜숙 교수가 내놓은 맞벌이 부모가 일 때문에 아동을 데리러 오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아동 픽업(Pick up)'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워킹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만약 천 교수가 시장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당선자가 이 공약만은 꼭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는 주부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공약 하나로 천 교수는 여성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된 셈이다.

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공약도 있다. 기존 시책을 손질해 각색했거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게 하는 공약도 넘쳐 난다. 이슈를 선점하고 초반 기싸움에서 상대 후보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다.

부실한 공약으로 당선을 기대하기에는 유권자의 의식을 뛰어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공약에 대한 후보자들의 인식변화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후보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85만 시민이 원하는 바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도시에 변화가 없다는 데는 대부분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

새로 만든 산업단지와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하고 나면 청주의 모습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구도심권의 상황도 더욱 심각하다.

더 이상 대전 도심과 비교되는 수모도 겪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업유치와 산업단지를 조성해 치적 쌓기에만 열을 올렸지 도심 재생이나 도시 경관은 뒷전으로 미뤄둔 전임 시장들의 책임이 크다.

연초제조창만 도시 재생사업을 할 게 아니라 구도심을 권역별로 나눠 재생시키고 어두 침침한 도시에 화려한 야간 경관 조명을 비춰서라도 청주가 활력과 생동감이 넘쳐나도록 해 보자는 얘기다. 즉 도시 전체를 새로 디자인해 보자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유권자들이 냉철해야 한다. 자신의 생활 주변 공약에만 관심을 가져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청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이를 실행할 후보가 누구인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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