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체육회 성추행 은폐 `물증 나왔다'
천안시체육회 성추행 은폐 `물증 나왔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2.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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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표 상임부회장 A씨 `고별사 문서파일' 입수

`市 국장이 “누가 진정서 제출 … 사표 내라” 요구' 언급

관계자들 “시장 지시없이 불가능” … 구 시장 `묵묵부답'
▲ 지난해 7월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체육회 상임부회장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파일 출력본 일부.

속보=구본영 천안시장이 지난해 천안시체육회(이하 체육회)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본보 2월 5일·6일·8일자 16면, 9일자 1면 보도)을 뒷받침할 유력한 물증이 나왔다.

충청타임즈는 지난 9일 체육회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7월 21일을 전후해 당시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체육회 상임부회장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 파일을 입수했다. 직원들에 대한 고별사로 보이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문서에서 A씨는 `제일 먼저 체육회장님(구본영 시장)께 사죄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체육회 직장 내부에서의 돌아가는 사정과 소회를 언급한 데 이어 박모 천안시 복지문화국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사실을 밝혔다.

문서에서 A씨는 “박○○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누가 진정서를 제출했으니까 사표를 내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사표를 가지고 다녔던바 바로 제출했다. 다음날 전화가 또 와서 사무국장도 사표를 냈다”고 말하고 있다.

A씨의 표현대로라면 체육회 상임부회장(A씨)과 사무국장이 체육회와는 별개의 기관인 천안시청 복지문화국장에게 체육회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사표를 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앞서 지난 4일 구본영 시장은 지난해 7월 체육회 내부 직장 성추행 피해 진정 사건을 보고받거나 알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고받지 못했고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A씨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 파일의 공개로 구 시장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체육회 소속이 아닌 박 국장이 체육회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인데다, A씨는 박 국장의 사표 제출 요구가 `진정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이미 구 시장은 성추행 사건을 보고받고 박 국장에게 사표 수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자는 지난 9일 홍보담당관실을 통해 구본영 시장에게 A씨의 문서 파일을 전달하고 11일까지 구 시장과 박 국장에게 문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또 A씨에게도 통화를 시도하고 SNS로 사실 여부를 질의했으나 답변이 없는 상태다.

체육회 관계자들은 “해당 문서는 A씨가 시청에 가서 박 국장에게 사표를 내고 온 다음 날 전 직원들이 보도록 회람을 한 것”이라며 “당시 몇몇이 사진을 찍어 보관했다가 이번에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체육회 가맹 종목단체장인 C씨는 “지역 체육계가 다 아는 성추행 사건을 시장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부하직원들을 시켜 사건을 은폐해 놓고 지금에 와서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안 이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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