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환승이 될까
사랑도 환승이 될까
  • 임현택<수필가>
  • 승인 2018.02.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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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임현택

환승, 환승이란 내게 어떤 의미일까. 혹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해 봤을까? 어떤 이는 제2의 삶이라고도 하고, 하루를 닫는 창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또 희망이라고도 한다.

환승이란 것은 교통수단으로 다른 노선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어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물론 서울의 신도림역은 환승역으로 유명하지만 지방에서는 환승 할 수 있는 시내버스가 있다. 환승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없다. 제한된 시간 그 수레바퀴 같은 시간 내에 뛰고 달려야만 올라탈 수 있으니 말이다.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환승은 또 다른 삶의 채찍이기도 하다.

친구는 매일 환승을 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그에게 환승은 정이란다. 환승을 위해 버스에서 내리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언제부터인가 똑같은 노선에서 함께 환승을 하는 이가 있다. 말 한번 건네 본 사이도 아닌데도 뒷모습만 봐도 반갑고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읽을 수 있는 동행자다. 어쩌다 보이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해지고 괜스레 기웃거린단다. 그러기에 친구에게 환승은 말이 없음에도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묻어나는 정이란다.

환승을 이야기하던 중 그리움을 몰고 오는 양 촉촉한 음성으로 또 다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사랑도 환승이 되느냐고. 순간 나의 머리는 먹먹해지며 어지러웠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잊으려 하면 더욱더 생생해지고 가슴이 떨리는 것이 사랑 아니던가. 중년고개를 넘어서면서 감성이 사라지고 메마른 가슴만 남아있는 나, 때 묻은 나의 잣대는 사랑의 환승이면 사랑을 갈아탄다는 의미일까.

친구는 지병으로 남편의 애증 어린 행록을 이십 년 전 가슴에 묻고서 지금은 중년의 농후한 여인으로 우화등선하는 중이다. 너무 투명하여 사랑에서 멀찍이 서 있던 그녀, 남편의 사별로 원치 않던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앞만 보고 살았다. 쇠잔한 몸으로 슬픔을 꾹꾹 누르다 보니 세월의 한복판에 홀로 덩그마니 서 있었단다.

그럼에도 녹슬지 않은 감수성을 지닌 친구, 중년을 넘어서면서도 사랑을 논하지 않던 친구, 마치 길섶에 수줍게 핀 가녀린 구절초 같은 그녀가 환승을 논하다니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랑도 환승이 되느냐는 물음에 난 속으로 대답 대신 무모한 질문을 했다.

다시 사랑 할 수 있겠니?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니? 지고지순한 네가 애틋하고 저릿한 사랑으로 우린 미치도록 사랑하였노라고 외치며 환승을 하는 거야 라고 답을 할 수 있겠니? 어깻죽지를 접고 먼 곳을 바라보는 친구와 시선이 엉켰다. 먹먹한 울림이 자꾸 귀청을 때린다.

환승, 언제든지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달리는 것처럼 우린 우리가 선망하고 있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질문은 있으나 답 없는 사랑의 환승, 분명 사랑의 환승은 경유지가 아닌 종착역이다. 나이를 밀쳐내고 싶은 중년을 넘어서는 우리, 자꾸만 체한 것처럼 가슴 한복판이 뻐근해진다. 사랑도 환승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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