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아리기
별 헤아리기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02.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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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원리프블릭이 부른 노래 카운팅스타즈(counting stars)에 나오는 “나는 간절히 기도했지 돈을 헤아리지 않고 별을 헤아리게 해 달라고”라는 말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참 묘미가 있는 가사다. 돈과 별을 이렇게 절묘하게 비교하다니! 그렇다. 돈이 땅의 것이라면 별은 하늘의 것이다. 돈이 현실이라면 별은 이상이다. 별은 하늘이자 필멸의 인간이 갖는 불멸의 희망이다. 그래서 인간은 절망 속에서도 별을 쳐다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노래의 카운팅스타즈가 아니라, 정말로 하늘에 별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인간이 맨눈으로 헤아릴 수 있는 별은 9000개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시력이 아주 좋고 아주 맑고 깜깜한 밤하늘이라야 가능하다. 쌍안경을 쓰면 10만 개 정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망원경으로는 100만 개 정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백만 개를 누가 정말로 헤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일정 구역에 있는 별의 수에 하늘의 면적을 곱해서 얻은 결과일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은하에는 별이 약 1000억에서 1조 정도 있고 이런 은하가 우주에는 또 1000억에서 1조 정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별을 어떻게 헤아렸다는 말인가? 만약 1초에 별 한 개를 헤아린다고 하면 1조 개를 헤아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간단히 계산해 보면 약 3만 년이 걸린다. 그러니 정말로 별을 헤아린 과학자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기꾼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별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오성과 한음에 대한 많은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항복(오성대감)이 어렸을 때 이야기는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오성의 아버지가 장에 가면서 아들이 또 놀기만 할 것이 염려되어, 쌀 한 가마니를 주며, “내가 돌아오기 전에 쌀이 몇 톨인지 세어 놓아라.” 하고 갔다. 돌아와 보니 쌀을 세고 있어야 할 아들은 이미 놀러 가고 집에 없었다. 저녁에 돌아오면 혼을 내려고 벼르고 있는데, 돌아온 아들은 다 셌다고 한다. “어떻게 그 많은 쌀알을 다 셌단 말이냐?”하고 따졌더니, 이항복이 하는 말, “먼저 쌀 한 홉에 쌀이 몇 톨인지 세고, 한 되가 몇 홉인지 세고, 한 말이 몇 되인지 세고, 그리고 한 가마가 몇 말인가를 셌지요. 한 시간도 안 걸렸어요!”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변의 모래알 수를 헤아리고, 지구에 있는 모기의 수를 헤아리고, 대기에 있는 공기 분자의 수를 헤아리고,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도 헤아리고, 그 많은 별의 수도 헤아린다.

하지만 우주는 너무나 멀고 커서 보이는 별보다 보이지 않는 별이 더 많다. 별을 헤아리는 데는 이항복이 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한 은하에 있는 별의 수를 다른 방법으로 알아낸다. 그것은 바로 그 은하의 질량을 추정하는 것이다. 지구의 공전 운동으로부터 태양의 질량을 알 수 있듯이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의 운동을 관찰하면 그 은하의 질량을 알 수 있다. 우주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별들이 있지만 많은 관찰을 통해서 그 별들의 평균 질량은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은하의 질량을 알면 별이 몇 개나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알아낸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수는 대략 3000억 개 정도라고 한다. 별것 아닌 것 같다고? 그러면 지금부터 1에서 3000억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헤아려 보아라. 아마도 당신의 고손자의 고손자 대까지 동원해도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우주에는 다시 그만한 수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또 그만한 수의 별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우주에는 최소한 1,000,000,000,000,000,000,000,000개의 별이 있는 셈이 된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선물을, 우리가 감당도 못할 선물을, 신이 우리에게 주었을까? 돈을 헤아리지 말고 별을 헤아리라고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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