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살기를
노래하며 살기를
  • 김기원<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2.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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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바야흐로 전 국민 가수시대입니다.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이 없고, 애창곡 한두 곡 없는 사람 없을 뿐 아니라 어쩌다 음정 박자 못 맞추는 음치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면 박장대소하고 환호할 정도로 다들 노래에 일가견을 갖고 삽니다.

어릴 때 피아노나 바이올린 강습을 받기도 하고, 학교는 물론 교회나 성당 등에서 일상처럼 노래를 듣고 부르며 사니 당연지사입니다. 더욱이 동네마다 노래방과 노래교실이 성업 중이고 유튜브 등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무시로 듣고 사니 노래를 잘할 수밖에요.

30년 전만 해도 음치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노래시키면 모임에 안 나온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는데, 요즘은 노래를 안 시키면 오히려 서운해 할 정도이니 세상 많이 변했죠.

음치였던 절친이 있었어요. 고매한 학덕과 인품과 달리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노래를 세발네발 불러 웃음을 자아냈던 친구였지요. 이 친구가 어느 날 `쓰리 쓰리 아라리요'하는 비교적 빠른 템포의 노래를 음정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것도 아주 신명나게 잘 부르는 거예요. 절친들이 모두 화들짝 놀랐죠. 작심하고 몇 날 며칠을 노래방에 가더니 그렇게 변했드라구요. 인간승리였어요.

아무튼 노래를 부르며 산다는 건 그것도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곡조 뽑을 수 있다는 건 여간 큰 축복이 아닙니다. 노래는 지친 심신에 안정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조물주의 특별한 은사거든요. 그래요. 희망의 노래는 희망을 부르고, 사랑의 노래는 사랑을 샘솟게 하고, 기쁨의 노래는 마음을 춤추게 합니다.

기쁘거나 즐거울 때 노래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슬프거나 괴로울 때 노래를 부르면 위안이 되고, 좌절하거나 시련의 늪에 빠질 때 노래하면 용기와 힘이 생깁니다. 쨍하고 해 뜰 날이 오는 거죠.

각설하고 노래란 가사에 곡조를 붙여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만든 음악 또는 그 음악을 목소리로 부르는 것을 이릅니다. 크게 가곡과 대중가요와 민요로 대별 되지요. 가곡은 관현반주(管絃伴奏)가 따르는 전통 성악곡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시에 곡을 붙인 독창곡ㆍ중창곡ㆍ합창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연주합니다. 대중가요는 널리 대중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근대 이후 대중매체와 상업적 공연을 통해 전파되는 서민 대중들의 노래지요.

예술가곡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흔히들 유행가라 하지요. 예술가곡이 예술성과 심미성에 가치를 두는 데 반해 대중가요는 감각적인 대중성·오락성·통속성·상업성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민요는 예로부터 민중 사이에 불려오던 전통적인 노래인데 대개 특정한 작사자나 작곡자가 없이 민중 사이에 구전되어 내려오며 민중들의 사상, 생활, 감정을 담고 있어요. 우리의 아리랑이나 미국의 포크송처럼.

직업에 귀천이 없듯 노래에 귀천이 없고, 좋은 노래는 늙지 않는 답니다. 가곡이든 대중가요든 민요든 자신이 좋아하고, 잘 부를 수 있고, 불러서 행복하면 그 노래가 바로 좋은 노래입니다. 같은 박자와 음정인데도 음색과 음역과 성량은 십인십색이고 천차만별이니 제멋에 겨워 부르면 됩니다. 노래의 특징과 매력이 거기에 있어요. 그러므로 주저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부르세요. 이왕이면 손뼉치며 신명나게.

`새들이 지저귀며 단잠을 깨우면/ 친구야 손뼉치며 노래 부르자/ 먼동이 트는 곳에 사랑이 움트면/ 친구야 손뼉치며 노래 부르자/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네'라는 윤항기의 노래처럼.

제 마지막 소원은 세상 하직할 때 찬미 노래 부르는 것입니다. 노래가 있어 살만했고 행복했노라고. 진정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도 노래하며 살기를.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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