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로 같은 비발디의 겨울 2악장
따뜻한 난로 같은 비발디의 겨울 2악장
  • 이현호<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8.0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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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현호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는 한파가 계속되는 무서운 날씨가 연속된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수은주가 상상 이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연속되고 있어 몸을 움츠리게 한다. 몇 년 중 가장 한파의 피해가 심한 것 같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는 따뜻한 난로 위에 커피 물을 얻어놓고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겨울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며 긴 밤을 새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추운 겨울이 오면 라디오에선 가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이라는 가요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에 깔리는 반주 sampling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으로 이 노래를 업그레이드 시켜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비발디의 사계(四季)는 전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음악이라고 한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던 안토니오 비발디(Antinio Vivaldi)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바이올린 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작곡에 있어서도 악기의 음색과 기교적인 화려함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악 음악을 많이 작곡했는데 특별히 협주곡의 독창적인 양식과 혁신에 큰 공헌을 했다.

사계는 네 편의 시(소네트)에 의거해서 4계절의 분위기와 색채를 즐겁고도 섬세하게 표현해낸 표제 음악의 걸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각 곡이 3악장으로 구성된 전체 12곡이다. 12곡은 모두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협주곡이다. 바로크시대에는 기악곡에 제목이나 해설을 붙이는 일이 드물었지만 비발디의 음악 중에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이 많았다. 특히 사계에는 제목 외에 각 계절의 모습과 풍광을 묘사한 소네트(짧은 정형 서정시)를 붙여 음으로 그린 풍경화를 만들었다. 이처럼 제목이나 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묘사적인 기법을 사용한 것도 비발디 음악이 갖는 특징이다.

겨울 2악장은 Largo의 느린 곡으로 겨울의 심한 추위와 휘몰아치는 바람을 묘사하고 있다.

각 악장에 쓰여 있는 소네트의 내용을 보면 제1악장.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든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가 극심하며 따뜻한 옷을 입으면서 시원한 음식을 먹는다. 제2악장. 그러나 집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제3악장. 꽁꽁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바람이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과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네 곡은 짧은 곡들이기는 하지만 내용 면에서 아주 뛰어나며 비발디의 아름다운 시정이 잘 나타나 있다.

기본적으로 현악기가 피치카토를 통해 눈이 산뜻하게 내려오는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격렬한 느낌보다는 상당히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요즘처럼 추운 날이 계속되는 날에는 따뜻한 난로 앞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비발디의 겨울을 들으면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질 것 같다. 이왕이면 낡은 LP 판으로 듣는다면 더 운치 있는 겨울밤을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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