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다
걱정도 팔자다
  • 이두희<공군사관학교 교수>
  • 승인 2018.02.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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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이두희<공군사관학교 교수>

요즘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 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우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꿈이 점점 멀어져 가는 기분이 든다. 위정자들이 혁신이란 이름으로 갖가지 정책이나 법을 바꾸어 보지만 그리 신통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면도 없지 않다.

군대 내에서도 그러한 불안감은 덜하지 않다. 특히 제대를 앞둔 청군(청년 군인)은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한다. 대부분 대학교에 다니다 입대하였는데 자신의 전공이 불안하여 복학을 해야 할지, 새로이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단다.

불안하기는 백군(백전노장 군인)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동안 군대의 울타리 속에 단순하게 살다가 전역이 다가오면 바깥 세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퇴직을 몇 달 앞둔 본인 역시 여러 가지 걱정이 많은데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卽問卽說'동영상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스님은 제대를 한 달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는 말년 병장에게 한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지금의 걱정은 쓸데없는 번뇌망상煩惱妄想에 불과하다.' 그 이유인즉슨, 지금 군복을 입고 군대 내에 있으면서 아무리 걱정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으면서 걱정만 하는 것이 곧 번뇌이고 망상이다. 그러한 걱정은 제대한 후 해도 늦지 않다. 제대 후 열심히 뛰어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상담을 해서 고민을 해결하면 될 일이다. 차라리 지금은 제대한 후 미련이 남지 않도록 군대에서 필요한 일,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걱정도 팔자'란 속담이 있듯 우리는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너무 일찍부터 걱정을 하면서 산다. 너도나도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번져 있는지도 모른다.

엊그제 대학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고3 여학생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군인이 되고 싶은 그녀는 주위의 여러 가지 걱정과 조언 때문에 혼란에 빠져 있었다. 주위에서 말해주는 조언이란 것이 요즘 사회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왜 그러한 꿈을 꾸게 되었고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진학하려는 대학의 명성,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졸업 후 취직과 안정적 생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걱정이 20~30년 전 지나간 세대의 낡은 정보와 왜곡된 사회적 통념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데 어떻게 현실과 동떨어진 정보로 조언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 반항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수많은 젊은이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을 두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불안감으로 인한 비관적인 자화상이다. 걱정은 걱정을 생성해내고 습관화된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경험한 쓰라린 상처를 떠올리면 불안감 때문에 자식들에게 불필요한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노파심婆心'이란 말이 생겼을까.

법륜스님의 말처럼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불안감을 벗어나는 현명한 방법이다. 꿈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리되 내가 당장 실행할 그 무엇이 없다면 아직은 때 이른 망상에 불과하다. 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것을 실천하면 된다. 바둑과는 달리 인생에 있어서 `신의 한 수'는 꼭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해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실력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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