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법과 미혼모, 해법은 없나
낙태법과 미혼모, 해법은 없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2.05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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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얼마 전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복도에서 발견했다고 거짓 신고한 여학생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언니네 집에서 혼자 몰래 아이를 낳은 여학생에게는 신생아를 유기한 미혼모의 자작극이라는 사회적 지탄이 뒤따랐다.

그리고 5일에는 임신 6개월 만에 집에서 출산한 20대 여성이 여행용 가방에 아이를 넣어뒀다가 부모에게 들킨 사실이 뉴스로 전해졌다.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한 번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그녀는 혼자 아기를 출산한 후 시신을 트렁크에 담아 뒀던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도 2015년 아기를 버린 미혼모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자기 집 화장실에서 혼자 아기를 출산한 후 유기했던 사건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 있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출산의 고통도 혼자 감수해야 할 정도로 미혼 여성의 임신은 인생에 굴레가 되고 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여성들에게 두렵고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체적 변화와 더불어 임신중절을 할 경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는 여성의 육체를 더 옥죄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이를 낳고도 숨기거나 버려야 하는 세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여성들의 신생아 유기사건이 잇따르면서 낙태법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낙태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혼 여성이나 경제력이 없어 자식 양육이 어려운 여성에겐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태아 성별 감별한 중절만 제한하고 있고, 미국은 임신 12주 이내 중절은 허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낙태법은 지나치게 엄격하다. 태아의 생명권 못지않게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만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낙태법의 실효성도 미지수다.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게 낙태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임신중절 수술이 연간 15만 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히려 임신중절 수술을 금지하면서 불법으로 인한 의료비용은 비싸지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를 양산하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는 더 많은 신생아 유기 미혼모를 만들 뿐이다.

최근 청와대에는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의 글이 이어지면서 정부에서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를 파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낙태법 완화나 폐지만으로는 미혼모 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과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혼모가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영국이나 독일, 호주 등 선진국에서 미혼모를 위해 양육비는 물론 특별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업을 지원하고, 산후보조사를 파견해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 속에 미혼모 가정도 하나의 가족형태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공동체 문화만이 모두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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