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공대생 만화
야밤의 공대생 만화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2.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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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나는 고민 없이 문과를 선택했다. 적성이 이과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적성검사도 문과로 가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대학에서도 이과 계열 교양 과목은 선택을 안 했던 거 같다.

이과계열 과목은 애초에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으니 피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과학을 억지로 배울 일이 없어지니 오히려 과학이 재미있어졌다. 요리를 하면서 소금보다 설탕 분자가 작으니 설탕을 먼저 넣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도서관 대출 반납 무인시스템에 RFID 기술이 사용되니 원리가 궁금해졌다. 동생에게 원리를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정재승 교수의 책을 읽기도 했다.

과학은 알면 알수록 재밌다. 시험으로 풀어야 해서 싫어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막상 과학을 알기 쉽고 재밌는 책 찾기가 어렵다. 몇 년 전에 30주년 기념판이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기억난다. 유명한 책으로 추천 도서 목록에도 많이 올라 있지만 과학을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는 읽기가 숙제 같았던 책이었다. 이 책이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과학책이라는 추천 글에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읽는 내내 무슨 소리인가 했다. 역시 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는 부담스럽구나 생각하며 접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어린이 과학동아나 과학전집을 읽으며 사는 나 같은 과학 포기자에게도 재미있던 책이 있어 소개한다.

오늘 소개할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저·뿌리와 이파리)'이다.

이 책은 과학사 전반을 만화로 엮은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머가 많고 패러디가 많아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부분은 위키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보충해 가며 읽게 된다. 전자석의 원리나 트랜지스터의 원리는 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읽다 보면 알고 싶어서 찾아가며 읽은 건 오래간만이다. 그냥 읽어도 좋긴 하지만 이공계 유머에 끼려면 왠지 알아야 할 것 같아 찾아보며 공부하게 되더라.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컴퓨터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컴퓨터와 전기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나도 알고 있는 수학자 페르마의 `여백이 없어 증명을 적지 못한다'등의 일화를 소개해 과학에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의 여러 유머를 적절히 삽입해 재밌고, 그러면서도 과학 상식을 소개한다는 부분도 충실하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연재분과는 달리 책에는 과학자와의 가상 인터뷰가 포함돼 있어 심화학습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이야기 중 4색 정리를 보며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벽면을 물들여갔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수학을 당연히 잘해야 과학자도 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마이클 패러데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의아함과 동시에 작가의 `수학 못해도 이공계 와도 된다'에 웃기도 한다.

한 손에는 책을 들고 한 손에는 휴대폰으로 찾아보며 읽은 책이다. 간만에 이렇게 공부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책을 봐서 기뻤다. 초등 고학년쯤 되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괜찮다. 과학을 싫어하더라도 과학에 대한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함께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 뉴턴과 잡스의 위인전을 읽게 될 거 같다. 테슬라 같은 경우는 이 책으로 알게 됐고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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